[브라보! 실버 라이프] “눈치 보기? 스트레스? 우린 그런 거 몰라”
입력 2014-05-16 17:50 수정 2014-05-17 02:40
부천 여의도순복음중동교회 노인대학 ‘난타반’
“덩덩덩덩∼탁탁탁탁∼” “둥둥둥∼덩덩덩∼어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여의도순복음중동교회. 지하1층 초등부 교실에서 북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노인대학 취미교실의 ‘난타반’ 연습이 있는 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다가왔다. 강사 윤보영씨가 양손에 북채를 들고 “일 이 삼 사! 덩덩덩!” 박자를 외쳤고 노인들은 그때마다 북 가죽과 테를 내리치면서 동작을 따라했다. 상기된 얼굴엔 땀방울이 맺혔고 피부는 건강미로 넘쳤다. 이들은 자신의 몸 앞에 놓인 북을 쉴 새 없이 두드렸다. 여성 9명과 남성 2명 등 노인 11명이 치는 북소리엔 정열이 담겨 있었다.
스피커를 쿵쾅 울리며 터져 나온 배경음악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OST. 노인들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몸을 움직였고 리듬에 따라 북을 쳤다. 북소리는 처음엔 ‘둥둥둥’ 하며 작게 시작했고 이내 동작이 커지더니 북소리도 높아졌다. 노인들은 북 가죽과 테두리를 치면서도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른바 ‘기차’ 장단을 맞췄다. 이 장단은 난타 작품 중 ‘강타’의 일부로 전통 가락인 ‘휘몰이’와 난타의 ‘테치기’ 가락 등이 혼합돼 있다.
노인들의 난타는 박력과 힘이 넘쳤다. 음악소리는 컸지만 북소리는 이를 더욱 압도했다. 노인들은 마치 한 사람이 북을 치는 것처럼 동작을 맞췄고 장단은 ‘덩덩덩덩’ 하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군무를 연상케 하던 북치기는 “어이” 하는 구호와 함께 끝이 났다. 노인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들은 2시간 동안 수천 번의 북을 두드렸고 음악에 맞춰 10차례 이상 연습을 반복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중간에 포기하거나 지치지 않았다.
연습을 마친 천옥분(67·여) 권사는 “난타 연습은 재밌고 신난다”며 “스트레스가 한번에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명희(76·여) 권사도 “난타는 젊은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남은 인생을 사는 데 용기와 자신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0월에 있을 여의도순복음교회 산하 노인대학 발표회에 참가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두 달 전부터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해 요즘엔 새로운 동작을 배우고 있다. 정준호(77) 안수집사는 “연습을 하다 보면 팔다리에 힘이 생긴다”며 “2시간 내내 연습하면 통증이 올 정도”라고 했다.
교회는 2년 전 ‘영광대학’이란 이름으로 노인대학을 시작했다. 60세 이상 교인과 이웃의 노인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봄·가을 학기로 나눠 운영하며 매주 수요일이면 예배와 식사, 취미반 프로그램을 실시해 노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취미반에서는 난타를 비롯해 국악 찬양, 라인댄스, 하모니카 등을 배운다. 총 98명이 등록해 활동 중이다. 난타반 강사 윤씨는 “노인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난타를 즐기도록 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 못지않게 힘이 넘친다”고 귀띔했다. 난타는 실제로 운동량도 많아 재미와 건강을 고려하는 노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연희 교무처장은 “난타는 어르신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며 “요즘엔 화요일 저녁부터 연습 시간을 기다리는 분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난타반 노인들은 난타 동작을 몇 개 더 익히는 대로 교회 인근 경로당과 요양원 등을 순회하며 공연할 예정이다.
노인대학 학장인 노수일(73) 장로는 “난타 공연을 보기만 했던 노인들이 직접 난타 공연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인생의 도전”이라며 “가족들도 이들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 장로 역시 난타 연습에 열심이다. 동작을 익히기 위해 집에서 큐션을 두드리며 연습한 적도 있다고 했다.
김경문 담임목사는 “자칫 소외되고 희망을 잃은 노인 세대들에게 살아갈 이유와 사명이 있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노인대학을 시작했다”며 “기독교인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는 기회를 많이 가져서 영적·육적으로 충만한 노후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백발은 영광의 면류관’이라는 잠언(16:31) 말씀을 인용, “시니어들의 활동은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제2의 삶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천=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