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실버 라이프] 신앙… 자연의 품에서 하나님 창조물 지킴이로

입력 2014-05-16 17:48 수정 2014-05-17 02:40


다시 꽃 피우다

나이가 든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나이에 따라 U자형 패턴을 보이는 인간의 행복지수를 봐도 알 수 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20, 30대는 비교적 행복지수가 높다가 서서히 내리막길을 달려 40, 50대에 최저점을 찍는다. 그리고 가족 부양과 자녀 양육의 책임감에서 벗어나는 60, 70대에 행복지수는 다시 올라간다. 소득이나 지적 수준에 상관없이 나타나는 이 지수를 볼 때 분명 나이 듦은 선물이다.

중요한 건 아름답게 나이 들기, ‘웰에이징(Well-aging)’이다. 국제적인 기독교 공동체 브루더호프를 섬기는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목사는 “하나님은 ‘너는 평생 돈을 얼마나 벌었니’ ‘네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니’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었니’라고 묻지 않으신다”며 “나눠주고 섬기는 일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건 없다”고 말한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나이가 들면서 겪는 인생의 변화를 은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주께 하듯 일하는 정은상 장로, 나누고 사랑하는 박성호 집사, 감사로 신앙을 전하는 지정희 권사는 그런 면에서 다시 꽃피는 ‘앙코르 인생’을 살고 있다.

“노련한 여행자는 늘 나침반을 지니고 다닌다. 자주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꺼내놓으면 금방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운 가장 중요한 안내자는 기도였다.”

책 ‘나이 드는 내가 좋다’에 나오는 말이다. 자칫 길을 잃을 수 있는 노년에, 그래서 앞에 놓인 길을 가기 두려울 때, 마음의 나침반을 ‘하나님께로 향하는 삶’으로 맞춰 놓으라는 것이다. 그래야 주님이 두려움을 없애주신다.

도시에서 생활하던 지정희(64·전남 신안군 지남교회·사진) 권사 부부가 신안군 도초면의 작은 섬 우이도로 들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부부의 ‘나침반’은 하나님이 셋째 날에 만드신 생명의 땅으로 향해 있었다. 월드비전에 근무하던 남편 오제신(67) 장로는 정년을 6년 남기고 ‘노년의 꿈’을 이뤄보자며 우이도로 단번에 이주했다.

노년의 꿈이란 더 늦기 전에 자연이란 하나님의 품에서 매순간 그분을 호흡하며 살고 싶은 것. 폐교를 매입해 18평 교실은 손님방으로, 9평 관사는 부부 공간으로 개조해 ‘섬사랑학교’라 이름 지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넓은 마당과 그 앞으로 출렁이는 바다를 볼 수 있다. 남편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자원봉사단으로 하나님의 창조물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아내는 최근 섬 주민들과의 소소한 일상을 엮어 신앙 에세이 ‘추근추근 하시지라’(홍림)를 출간했다.

부부는 게스트 하우스 ‘바실옥’도 지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에서 따온 바실옥은 도시의 피곤한 삶에 지친 영혼들에게 늘 열려 있는 기도와 휴식, 회복의 집이다. 부부는 섬에 들어온 날부터 수첩에 섬 주민과 자녀들 이름을 꼼꼼히 적고 기도했다. 현재 부부를 포함해 5가구 7명이 모두 그리스도인이다. 매주일 배 타고 출석하는 신안군 지남교회에서 아내는 성가대 지휘자로, 남편은 청일점 성가대원으로 봉사한다. 신앙이 있어 나이 드는 게 행복한 부부다.

“우리 부부는 섬에서 일하고 이웃들과 사랑하며 신앙생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가장 중요한 건 돈도 아니고 믿음이에요. 우리 인생은 하나님께 돌아가지 않고는 허망한 삶입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