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 2002 그 후] 세금 먹는 애물단지?

입력 2014-05-17 02:23


“다시 월드컵이다.”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는 축구 잔치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브라질월드컵’은 다음 달 13일 시작돼 삼바춤보다 더 자극적으로 한 달여간 지구인을 흥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벨기에전이 열리는 상파울루의 아레나코린치앙스를 비롯해 브라질 12개 도시의 경기장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12년 전, 우리나라 월드컵경기장은 더욱 뜨거웠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서울을 비롯해 부산과 인천, 광주 등 전국 10개 도시의 경기장은 한반도를 들끓게 했다. ‘4강 신화’와 ‘붉은악마’로 대변되는 국민들의 응원전은 세계인들에게 진한 감동을 남겼다.

우리나라는 월드컵을 앞두고 2조원 가까운 돈을 들여 경기장을 신설했다. 이들 경기장은 ‘월드컵 사상 첫 승리’를 시작으로 ‘16강 진출’ ‘8강 통과’ ‘4강 신화’ 등을 만들어내며 온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이후 축구인들에겐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경기장 곳곳에 선수들의 땀방울은 물론 국민들의 함성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로부터 12년. ‘4강 신화’의 산실이었던 경기장들은 월드컵이 세 번째 치러지는 동안 각기 다른 명암을 보이고 있다. 몇몇 경기장은 당시의 영광을 품에 안고 더욱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상당수 경기장은 지자체 예산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월드컵 이후 변변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절반의 경기장이 아직도 적자에 허덕이며 한숨 소리만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와 인천, 대전, 울산, 제주경기장엔 해마다 적자가 쌓이고 있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결국 시민들의 혈세가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들 경기장은 대부분 K리그 프로축구단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열리지 않으면 운동장은 대부분 텅 비게 된다. 각 구장은 시설을 임대하고 각종 이벤트를 추진하고 있으나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법정 다툼에 휘말려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반면 월드컵 이후에도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곳들도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성공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서울경기장은 12년째 흑자를 낸다. 액수도 연간 100억원 안팎이다. 설계 당시부터 스포츠센터, 영화관 등의 입주가 예정되는 등 수익창출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었다. 여기에 운영 주체인 서울시설공단이 대형 유통매장 등을 입점시킨 데다 대규모 공연을 유치해 수익을 내고 있다.

다행히 광주와 전주, 수원, 부산경기장 등도 흑자로 돌아섰다. 개장 이후 연신 적자 수렁에서 헤매다 2∼6년 전부터 남는 돈을 만져보고 있다. 전주와 광주경기장은 각각 골프장(9홀)을 직영하고 대형마트를 유치하면서 금고가 두둑해졌다. 수원경기장은 예식장과 스포츠센터 등을 운영, 지난해 3억6800만원의 이익을 냈다.

각 지자체와 관리공단은 월드컵경기장의 명예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과거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다시 울리기 시작한 월드컵의 함성. 이를 계기로 국내 월드컵 경기장 10곳 모두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성지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