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신록 살랑이는 바람… 인간이 만든 에덴동산

입력 2014-05-17 02:12


자연 속에서 묵상할 수 있는 가볼 만한 식물원·정원

독일의 문호 헤르만 헤세(1877∼1962)는 정원사(Gardener)이기도 했다. 헤세는 전쟁 반대로 추방돼 망명 생활하던 스위스에서도 꽃과 나무를 돌봤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정원에서 글 쓰는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정원은 상처를 치유하고 영혼의 평화를 허락하는 곳이었다. 우리도 종종 살랑거리는 바람, 코끝에 닿은 아카시아 향기, 현란한 붉은색 철쭉으로부터 위안을 받는다.

‘나를 포함한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이 모든 피조물 안에 계시기’(요 14:11)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샬렘영성훈련원은 계절마다 ‘자연과 함께하는 기도 모임’을 갖는다. 자연으로부터 하나님 말씀을 듣고, 묵상하기 위해서다. 자연의 색, 냄새, 소리가 있는 가볼 만한 아름다운 식물원과 정원을 소개한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평강식물원은 야생화로 유명하다. 59만여㎡ 넓이의 땅에 7000여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 청보라색 붓꽃 50여종, 짙은 분홍빛 만병초 150여종, 노란 애기똥풀 등 야생화 수십종이 만개한 상태다. 31일까지 암석원 등에서 에델바이스 등 1000여종의 고산식물전을 연다. 5만여㎡ 크기의 암석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다. 다 둘러보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곤산습원 들꽃동산 이끼원 고사리원 습지원 연못정원 등 12개 주제로 식물원이 구성돼 있다. 정원 옆으로 마련된 난간을 따라 식물을 볼 수 있다. 다람쥐가 후다닥 나무 위로 올라가거나 고라니 가족이 바위 뒤로 황급히 숨는 장면을 볼 수도 있다. 식당과 카페도 있다. 2006년 식물원을 개원한 이환용 사랑의교회 장로는 “식물원의 주인은 멧돼지 고라니 다람쥐 꽃과 나무”라고 말한다(031-531-7751).

서울 종로구 서울미술관 안에 있는 석파정(石坡亭) 위로는 구름, 아래는 물이 흐른다. 문인 권상하는 ‘물을 품고 구름이 발을 치는 집(巢水雲簾菴·소수운렴암)’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이름처럼 빼어난 산수와 계곡을 자랑하는 곳이다. 건물은 흥선대원군의 별서로 사용되던 곳이다. 건축도 수려하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다.

안채, 사랑채, 별채와 같은 살림채, 중국풍 정자 등 4개 동이 남아 있다. 사랑채 서쪽 뜰에 위치한 노송은 시 지정보호수 제60호다. 서울미술관과 석파정을 관리하는 석파문화원은 석파정 뒤쪽을 ‘구름길’, 앞쪽을 ‘물을 품은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람을 느끼며 물길을 걸어보자. 서울미술관은 제1전시실에서 8월 31일까지 현재 ‘백자 예찬’전을 연다(02-395-0100).

경기도 고양 중남미문화원 안에 있는 조각 공원은 이국적인 정원이다. 붉은 아치형 문에서 시작된다. 수천년 전 잉카·마야 문명의 향기가 느껴지는 조각부터 현대적인 추상 조각까지 다양하다. 문화원에는 30년 가까이 중남미 외교관으로 지낸 이복형 원장과 그의 아내 홍갑표 이사장의 수집품 3000여점이 있다(031-962-7171).

경기도 남양주 도자골 달뫼는 도자기로 꾸며진 정원이다. 도예가 윤석경 연동교회 집사의 십자가가 상설 전시돼 있다. 높이 5m, 폭 3m의 대형 십자가 ‘실존의 십자가’ 작품을 볼 수 있다(031-593-3435). 경기도 양평 들꽃수목원에서는 남한강을 따라 난 다양한 허브와 들꽃을 만날 수 있다. 장미정원 성서정원 미로원 분재원 등 다양한 정원이 조성돼 있다. 피크닉장이 있다. 도시락을 싸 가면 좋다(031-772-1800). 강원도 횡성 글로리아허브리조트에는 허브가든이 있다. 200여종의 허브가 자라고 있다. 소나무와 낙엽송 삼림욕장도 있다. 펜션도 운영한다. 15만여㎡ 규모. 이건용 글로리아 성서식물원장 부부가 지었다(033-345-5114).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