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반물질과 반사랑
입력 2014-05-17 02:51 수정 2014-05-17 18:02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은 뭘까. 다이아몬드가 그 주인공일 것 같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2011년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인 인사이더에 의하면 다이아몬드는 g당 5만5000달러로 3위였다. 2위는 암 치료제인 ‘캘리포늄’으로 g당 2700만 달러, 1위는 g당 무려 62조5000억 달러의 가격이 매겨진 ‘반물질’이 차지했다.
반물질은 쉽게 말하면 물질과 반대되는 개념의 물질이다. 즉, 물질과 질량이나 크기 등은 똑같지만 전기적 성질만 다르다. 물질의 기본 단위 원자는 플러스 성질의 양성자와 마이너스 성질의 전자, 중립인 중성자로 구성됐다. 이에 반해 반물질은 마이너스 성질의 반양성자와 플러스 성질의 양전자, 중성자와 자기 흐름의 방향이 다른 반중성자로 구성된다.
반물질이 비싼 까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반물질이 없는 물질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우주 탄생 이론에 의하면 최초의 빅뱅 직후 물질과 반물질이 똑같은 양으로 생성됐지만 그 균형이 깨지면서 순식간에 반물질이 홀연히 사라졌다. 우주를 이루는 물리 법칙이 물질만 편애한 것이다. 반물질이 사라진 이유는 현대 과학의 가장 중요한 미스터리 중 하나다. 때문에 마치 도플갱어처럼 반물질만으로 이루어진 반은하와 반우주가 어딘가에 있으며, 거기엔 중력과 반대되는 개념의 반중력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UFO가 지구 대기상에서 반물질이 소멸되는 현상이라는 가설도 제기된 바 있다. UFO의 순간 가속과 불규칙한 운행, 그리고 순간 소멸 등의 특성이 이만큼 자연스럽게 설명되는 현상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물질이 물질과 만나면 순식간에 쌍소멸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반물질 0.5g만 있어도 히로시마에서 터진 핵폭탄과 맞먹는 에너지가 나온다. 따라서 이를 우주선의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경우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별인 ‘알파 센타우리’까지 10년 만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알파 센타우리는 지금 인류가 발명한 우주선으로는 무려 4만년의 시간이 걸리는 4.3광년 거리에 있다.
따지고 보면 현재 우리가 현상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빅뱅 직후 반물질이 홀연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를 인간의 정신세계와 비교해보면 어떨까. 만약 최초 인류의 탄생 직후 사랑과 반대되는 개념의 반사랑이 모두 사라졌다면 하는 상상 말이다. 그랬다면 증오와 미움, 무관심, 이기심 같은 반사랑이 전혀 없는 온전히 사랑만으로 채워진 인간들이 지금 활보하고 있진 않을까.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