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칼럼] 한국교회 지도자 너무 많다? 없다?

입력 2014-05-17 02:17


구약성경 사사기에 의미 있는 이야기가 있다. 나무들의 왕을 뽑는 이야기다. 하루는 나무들이 모여 자기들의 왕으로 삼을 나무를 선택하는데 제일 먼저 감람나무에게 갔다. ‘당신이 우리 위해 왕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감람나무는 거절한다. 이유는 자기의 기름으로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는데 그 중대한 일을 버리고 나무들 위에 우쭐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들이 무화과나무에게 왕이 되어 달라고 요청한다. 무화과나무 역시 거절하는데 그 이유는 ‘나의 단맛과 아름다운 열매를 버리고 나무들 위에 우쭐대겠는가’였다. 다시 나무들이 포도나무에게 간다. 그리고 왕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는데 포도나무 역시 거절한다.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 내 포도주를 버리고 나무들 위에 우쭐대겠느냐.’

마지못해 나무들이 가시나무에게 가서 우리의 왕이 되어 달라고 하자 가시나무는 ‘내게 기름을 부어 너희의 왕이 되게 하려면 내게 피하라’면서 가시나무가 왕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주는 교훈은 여러 가지다. 지도자, 왕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겸손하게 사양한다. 자격 없는 자가 교만하게 지도자로 자처하면서 군림하는 잘못된 상황을 지적한다. 또 각자의 사명이 있는데 그 사명을 왕이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된다. 너나 할 것 없이 지도자, 왕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등이다.

한국교회 리더십의 혼란을 본다

꼭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오늘의 한국교회 모습을 보면서 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지금 한국교회는 우리가 아는 대로 수많은 교단들이 있다. 장로교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교회연합이라는 간판 아래 수많은 연합기관들이 있다. 긍정적인 면에서 각 교단들과 연합기관들이 각기 주어진 사역을 잘 감당하므로 오늘의 한국교회 발전과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런 교단과 연합기관들의 난립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교단이 큰 걸 자랑하거나 연합기관마다 서로가 한국교회의 주도권을 쥐고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경쟁하고 있다. 그래서 각기 자기 기관이 제일이고 그 기관의 장이 한국교회의 지도자라고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자천타천의 한국교회 지도자가 너무 많다. 정부기관의 말을 빌리면 막상 한국 개신교의 지도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정 파트너로서 대화 창구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어느 기관이 한국교회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지금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혼돈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말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 낼 수 없는가? 전부 자기 기관이 대표라 하고 한국교회의 어떤 큰 행사도 마치 자기 기관이 만들어낸 것처럼 대표성을 확보하려고 하며, 지도자로서 지도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이 너무 많다. 한마디로 지도자가 너무 많다. 그러나 이런 난립과 혼란은 결국 한국 교회에 지도자가 없다는 말로 표현된다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한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리더십

어떤 면에서는 오늘 한국교회는 리더십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존 E 하가이가 지적한대로 18세기 유럽이 영적 리더십의 위기를 경험했던 것과 유사하다. 당시 기독교의 영적 권위에 대해 부정하는 많은 저서들과 기독교를 조소하고 비판하던 세력의 대중들, 무신론자였던 인기 작가들로 인해 점차 기독교의 영향력은 사라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 영적 지도자들이 각성하고 하나님께서 그런 문명세계를 구하시기 위해 리더들을 세우시고 바른 방향을 제시했다.

오늘 한국교회는 진정한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지도력과 연합기구가 필요하다. 최근 세월호 참사 사고를 겪으면서 한국교회도 각성하게 되고 더욱 이 일로 슬픔을 당하고 있는 가족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하나 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특히 여러 교단장들이 합심하여 협력하고 나아가서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기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독불장군이 되지 말고(한스 핀젤이 말한 리더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 하나), 자기 절대화, 자기가 속한 연합기구의 절대화의 함정에서 나와 겸손히 내려놓는 섬김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교회의 건강한 교단들이 함께 동참하는 연합기구가 탄생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한국교회의 진정한 리더십이 세워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서현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