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자외선의 계절, 봄
입력 2014-05-17 02:17
금년은 봄이 제법 길다. 낮과 아침저녁의 기온차가 큰 시간이 제법 이어지고 있단 말이다. 그러나 5월 말로 치달으면서 서서히 일교차도 없어지며 점점 더워지고 있다. 봄이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오전에도 햇살이 눈부시지만 오후에는 더할 나위 없이 햇살이 따갑고 찬란하다. 찬란한 햇살은 봄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특히 봄의 햇빛을 주의하라는 건강전문가들의 전언이 방송매체를 통해서 연일 보도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겨울의 햇빛은 괜찮고 봄의 햇빛만 문제란 말인가. 아마도 햇빛 속 자외선에 대한 이야기일 텐데 궁금해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봄이 되면 남위 23.5도의 궤도를 돌던 태양이 적도상의 궤도를 돌게 되기 때문에 북위 30도가 넘는 곳에 위치한 우리나라를 향한 태양광의 각도가 가파르게 되어 자외선의 강도가 강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유독 봄 한낮의 자외선을 주의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지는 것이다. 피부건강에 있어서 자외선의 역할은 무엇일까. 피부과 전문의들은 이구동성으로 피부 노화의 주범으로 자외선을 거론하는 데 아무 주저함이 없다. 그러면 과연 자외선은 피부에 나쁘기만 한 것일까. 자외선은 피부 속의 각질형성세포가 기지고 있는 콜레스테롤을 변화시켜 비타민D전구물질을 만들게 하고 그 전구물질은 피부에서, 또는 콩팥과 간으로 가서 활성형의 비타민D가 되기 때문에 피부에서 자외선의 역할은 한편 대단히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정확한 조사 자료는 없지만 한국인의 비타민D 부족은 심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년여성 치고 골다공증 위험이 없는 여성이 드물다는 임상의사들의 전언으로 볼 때 그렇다. 비타민D는 칼슘대사를 통한 뼈 건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에게 하루 필요한 비타민D의 양은 2000∼4000 단위라고 한다. 우유에 흔히 비타민D가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한 잔에 고작 100 단위가 들어있다 한다. 우유를 매일 수십 잔 음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피부전문 의사의 저술에 의하면 반팔 차림으로 따가운 햇빛 속을 5∼20분만 거닐면 노출된 얼굴과 목 팔 손 등을 통해서 10000 단위의 비타민D가 피부에서 합성된다고 한다.
피부미용의 가장 큰 관심사인 얼굴을 뺀다 하더라도 손이나 팔을 짧은 시간 햇빛에 노출시켜도 최소한 5000 단위는 합성될 테니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하겠다. 최근 비타민D의 건강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는데 단순히 뼈 대사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고 비타민D 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몸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강 둔치에 정말 많은 분들이 건강을 위해 뛰거나 걷는다.
흥미로운 것은 여성들의 옷차림인데 정말 완벽하게 피부를 햇빛으로부터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는 햇빛이 없는 저녁에도 온몸을 둘러싸 눈만 보이게 하고 다니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피부 보호를 위한 한국 여성들만의 극단적인 의상 배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하나님은 이와 같이 뼈 건강을 포함하는 우리 몸 전체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정밀한 장치를 설치해 놓았는데 피부의 아름다움만을 지키기 위해 자외선이 피부에 갖는 이런 중요한 기능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할 것이다.
특히 일조량이 풍부하여 축복받은 국가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야 말로 햇빛 속의 자외선을 건강을 위해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특단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