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사랑 표현하기

입력 2014-05-17 02:17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준 동영상을 받았다. 가정의 달을 맞아 어느 회사에서 ‘가족 사랑 캠페인’을 한 동영상이었다. 자식들이 전화로 부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자녀들은 쑥스러워하면서 “부끄럽네” “갑자기 하려니 민망해” “낯간지럽네” 하면서 전화를 하고 긴장한 얼굴로 부모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아버지들은 자식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아, 하하하 사랑 많이 해라” “언제 사랑 안 했냐?” “아빠 감동 먹는데 웬일이냐?” “아빠가 오래 살고 봐야겠다”라고 했다.

이에 비해 어머니들의 반응은 빠르고 직설적이었다. “어, 돈 보낼게” “어디 아파 못 먹을 거 먹었나” “너 그런 말도 할 줄 아냐” “왜? 왜? 왜? 왜? 무슨 일 있었는데” “왜? 나쁜 짓 한 거 아니지” “아이구, 우리 아들 웬일이냐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다. 나도 사랑해” “됐다. 말이나 잘 들어” “어, 너 로또 맞았니” “솔직히 이야기해 가시나야, 난 니가 사랑한다고 하면 겁이 난다.” “와 이카노 우리 딸 뭔 소리여” “너 누구여 너 누구여? 옆에 누구하고 장난질하냐”

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자식의 사랑 표현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 반응에 대한 자식들의 얼굴 표정은 대부분 ‘이게 아닌데’ 하는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다시는 사랑한다고 말하나 봐라’ 하는 것 같은 표정도 있었다. 사랑 표현도 자꾸 해보지 않으면 서툴고 어색해 불협화음을 만든다. 사랑은 표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사랑이 표현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만 표현되지 않으면 사랑의 표현이 있어야 할 그 자리에 가시가 돋는다. 우리는 가족을 가장 사랑한다고 하지만 사랑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에게 상처를 준다.

가족은 감성적인 관계이므로 더욱 사랑 표현이 필요하다. 가정불화의 원인 중 하나는 ‘가족이니까 표현하지 않아도 사랑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라는 그릇된 기대 때문이다. 가정의 행복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