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지개 켜는 소비심리 조심스레 살려가야
입력 2014-05-17 02:30
세월호 여파로 위축됐던 내수가 점차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서서히 정상 경영의 시동을 걸고 있고 소비자들도 지갑을 열면서 소비 활성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전면 중단했던 기념식이나 이벤트 등 마케팅을 일부 재개하기 시작했다. 또 광고비 집행을 늘리고 사회공헌 사업 등 대외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광고경기예측지수(KAI)에 따르면 6월 종합 KAI는 113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 대상 광고주 가운데 전달에 비해 광고비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수가 줄이겠다고 응답한 수보다 많아졌다는 의미다.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은 이달 들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어나는 등 소비 심리 회복이 확연해졌다.
흔히 경제를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한다. 그만큼 심리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세월호 사고 같은 국가적 재난이 일어나면 경제 활동은 심리적 방어기제에 억눌려 위축되고 이는 경기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다. 그런데 사고 발생 한달여만에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고 내수 경기가 진작될 가능성을 보인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원화 값의 가파른 상승으로 수출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 등 대외적인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내수마저 침체가 지속된다면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기지개를 켜는 소비심리 분위기가 특히 반가운 이유다. 지금은 각 경제주체들이 맡은 역할에 충실할 것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아직 실종자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자칫 희생자 유족들은 물론 국민 전반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는 행위로 비쳐지지 않을까 해서다. 따라서 기업들은 과도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도 일상적인 소비 수준을 넘어서는 사치품 구매, 호화 해외 여행 등은 삼가며 건강한 소비에 초점을 맞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