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뛰어난 가창력·연기력으로 격정적 사랑 표현
입력 2014-05-16 02:35 수정 2014-05-16 14:23
‘춤출까요/ 나 어때요/ 오늘 밤 다 잊고 춤을 춰요/ 당신과 나 우리들 뿐이야/ 춤출까요/ 날 안아줘/ 당신 마음 전부 알고 싶어/ 기다렸어 이런 날이 오길/ 눈부신 당신/ 춤 출까요…’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의 곡 ‘나와 춤 출까요’이다. 매혹적인 빨간 머리의 여인 보니가 자신의 연인 클라이드에게 춤을 청하며 부르는 이 노래는 ‘어느 가슴엔들 꽃이 피지 않으랴’는 마음으로 격정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관객에게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지난 14일 서울 논현로 BBC아트센터 무대에서 이 노래를 절절하게 부른 이는 ‘애프터스쿨’ 전 멤버로 잘 알려진 가수 가희(33)이다. 솔로 데뷔 후 ‘후 아 유?’ 등을 발표하며 나이 가늠 안 되는 매력과 가창력을 자랑했던 그녀의 첫 뮤지컬 데뷔 무대. ‘보니’라는 캐릭터가 가희의 아우라(aura)와 꼭 맞아 떨어지면서 뮤지컬계 ‘가희 팬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날 막이 내릴 때 가희에 대한 박수와 환호성은 가희로서도 기대 이상이었을 것이다. ‘럭키 가희’였다.
‘보니 앤 클라이드’는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초연됐다. 1930년대 미국은 경제대공황으로 많은 이들이 집과 직업을 잃고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간다. 그런데 ‘운명적 사랑’에 빠진 남녀가 희망을 찾지 못하고 은행 강도짓을 벌이게 된다. 보니와 클라이드라는 실존 인물들. 이 작품의 원전이 실화다. 이 내용은 1967년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영화로 만들어졌고 한국에서도 개봉됐다.
실화 자체는 ‘남녀 2인조 갱 사건’이다. 두 사람은 1년 9개월 동안 미국 전역을 돌며 12명을 살해했다. 그리고 차 안에서 185발의 경찰 총격을 받고 사살 되는 벌을 받는다. 그런데 그들이 당대 청춘들의 아이콘으로 굳어진다. 경제불황이 낳은 사회적 모순에 대한 저항이 두 사람을 통해 발산됐기 때문이다.
보니는 플레어 스커트가 잘 어울리는 전형적 아메리칸 스타일이었다. 등을 노출한 홀터네크라인 의상을 입으면 사내들이 맥을 못췄다. 한데 반듯한 이 여인이 ‘나쁜 남자’ 클라이드를 만나 벼락같은 사랑을 하고 끝내 파멸한다.
뮤지컬에서 가희는 그런 보니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내 뿜는다. 강렬한 눈빛과 서구적 얼굴선, 플레어스커트가 어울리는 허리선 등이 시각적으로 무대를 압도한다. 여기에 ‘죽는 건 괜찮아’ ‘세상은 날 기억할거야’ ‘당신이 만족하는 인생’ 등의 뮤지컬 넘버로 보여주는 그녀만의 개성 넘치는 성량과 칼라는 여성 가수 부족을 겪는 뮤지컬계에 새바람이 되기에 충분하다. 연기력 또한 우수 학점에 속한다. 다만 발음 전달력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클라이드 역의 박형식은 지나칠 정도로 ‘고와서’ 마초적인 느낌이 없는 것이 흠이라면 흠. 전반적 연기력이 뛰어났다. 또 15도 정도 기울어진 주 무대 세트는 ‘극렬한 사랑과 죽음’이 갖는 불안을 잘 나타냈다. 6월 29일까지. 클라이드 역엔 엄기준 에녹 장현승, 보니에 오소연도 캐스팅 됐다. 6월 29일까지.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