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당권 내려놓은 ‘어당8’ 황우여 前 대표… 국회의장까지 ‘어당9’ 승급하나
입력 2014-05-16 03:59
새누리당의 당권을 내려놓은 황우여 전 대표가 다음 목적지인 국회의장 당선을 향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어수룩하게 보여도 당수(唐手·가라테) 8단이라는 의미에서 ‘어당팔’로 불리는 황 전 대표여서 이번 도전에서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한 수가 나올지 주목된다.
황 전 대표는 그동안 당 대표였던 만큼 국회의장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핸디캡이 있었다. 경쟁자인 비박근혜계 정의화 의원의 추격이 턱밑까지 달했다는 측근들의 조언도 잇따랐다. 따라서 당직을 내려놓자마자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당권의 기반이었던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표심부터 다지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원내대표 재임 중이던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출마 권유를 듣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 당권을 거머쥐었다. 그는 지난 14일 이임사를 통해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100석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따가운 평가가 있었고, 국회는 최루탄이 터지는 혼란 속에 있었다”고 취임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취임 이후 총선과 대선의 연이은 승리를 이뤄냈고, 18대 국회 말미에는 국회선진화법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의회주의자인 황 전 대표에게 국회의장은 오랜 꿈이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의회의 기능이 강화돼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평소 소신이 이를 뒷받침한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나섰던 선진화법을 통해 다수당의 횡포와 국회 폭력을 막아낸 만큼 야당도 변화해야 하며, 선진화법도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일부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이번 선거에 나서며 제시한 비전이다.
황 전 대표가 국회의장으로 당선돼 명실상부 ‘어당구(9)’로 승급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권한을 강화시킨 결과 집권여당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지적 등 극복해야 할 것도 적지 않다. 당내 일각에서는 “황 전 대표가 인천시장 차출을 거부했기 때문에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6·4지방선거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고, 그 여파로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에서 공백이 생겼다”는 책임론도 제기된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