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한 달] 살인죄 적용 이유와 쟁점… ‘승객들 죽어도 어쩔 수 없다’ 암묵적으로 용인
입력 2014-05-16 03:28
검찰이 이준석 선장, 1·2등 항해사, 기관장 등 4명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긴 건 이들이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아 충분히 살 수 있었던 승객들이 사망했다는 판단에서다. 구조 책임을 가진 이들이 신분을 숨기고 먼저 배에서 빠져나오는 등 사실상 승객들의 죽음을 용인했다는 것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5일 이들을 기소하며 “선내 대기 방송 이후 이들은 승객 안전은 아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선장 등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이들이 마땅히 해야 할 구조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승객들을 살해한 행위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검찰의 살인죄 적용 근거는 5가지로 요약된다. 선장과 선원들은 ①법령상 사고 당시 구조 의무가 있었고 ②조치를 취할 경우 승객들을 살릴 수 있었는데 ③승객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④승객들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암묵적으로 용인하며 ⑤아무 조치 없이 탈출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피해자로 특정한 인원은 15일 기소시점까지 집계된 사망자 281명이다.
검찰은 이들이 선원법 등에 따라 사고 당시 승객을 구해야 할 지위에 있었다고 봤다. 또 승객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렸을 경우 사망한 이도 대부분 손쉽게 구조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해경 경비정 등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실제로 갑판에 있던 사람은 대부분 생존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어 선박 전문가인 선장과 항해사들은 당시 사고로 승객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상황을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살인의 고의성 입증도 가능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진도 VTS가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켜 승객들을 대피시키라” 등의 지시를 했는데도 선장과 선원들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들은 승무원들로부터 탈출 안내를 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고도 묵살했다.
검찰은 이들의 탈출 이후 행적도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한다고 봤다. 선장 등은 구조된 후에도 해경에 승객들을 구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신분을 철저히 숨겼다. 검찰은 이들이 선장과 선원 신분을 밝힐 경우 퇴선 순서가 늦어질 수 있고 그러면 죽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봤다.
앞으로 법정 공방에서는 살인의 고의성과 피해자 특정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선장 측은 당시 해경 구조로 승객들이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고의성을 부인할 수도 있다. 검찰은 사망자 281명을 모두 피해자로 규정했는데 이들이 모두 이 선장 등의 구호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재판은 당초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목포지원의 규모가 협소해 광주지법 본원에서 열리게 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