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시대에… 장바구니 속 가공식품 되레 늘었다
입력 2014-05-16 02:31
주부 김모(36)씨의 대형마트 장바구니를 열어봤다. 냉동만두, 라면, 참치 캔, 즉석밥 등 인스턴트식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씨는 마음속으로 가족 건강을 위해 인스턴트식품 구입을 줄여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홀쭉해진 지갑 사정과 ‘1+1 행사’ 등 식품업체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어느새 손은 가공식품 진열대로 향한다.
웰빙 시대라지만 인스턴트(간편식)를 포함한 가공식품 구입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의 ‘2013년 가공식품 소비자태도조사’를 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은 대형마트에서 한 번 장을 볼 때마다 평균 6만6170원을 식품 구입에 사용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만9960원을 가공식품 구입에 썼다. 식품 2개 중 1개는 가공식품이었던 셈이다.
또 식품 구입비용 중 가공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8.7%에서 2년 새 45.3%로 급증했다. 최근 3개월 내 가공식품 중 라면 등 인스턴트 구입 경험 역시 2년 전과 비교해 40.5%에서 61.9%로 증가했다. 인스턴트 구입 이유는 시간절약(39.6%), 가격 저렴(20.6%), 맛(10.9%)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가공식품과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공식품은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한 소비자 비중은 2012년 53.8%에서 지난해 55.6% 늘었다. ‘음식은 사먹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같은 기간 68.2%에서 75.5%로 증가했다.
가공식품 전성시대의 한 이유는 경기악화가 길어지면서 나빠진 가계 사정에 있다.
비싸더라도 유기농·친환경 식품을 구입한다는 소비자 비중은 2012년 39.8%에서 지난해 33.9%로 줄었다. 국산원료를 사용한 가공식품이면 비싸도 구입하는 편이라는 응답도 47.5%에서 44.8%로 줄었다. 반면 최근 3개월 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대형마트 등의 PB(자체브랜드) 상품의 구입 경험이 있다는 소비자는 47.6%로 전년대비 19.6% 포인트 급증했다. 가격할인·판촉행사를 하는 가공식품을 구입한 소비자 비중 역시 80.5%로 전년에 비해 5.7% 포인트 올랐다.
이번 조사는 전국 20세 이상 69세 이하 남녀 성인 중 최근 1개월 내 1회 이상 가공식품을 구입한 경험자 4000명을 선별해 진행됐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