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 공사도 “대충대충”… 감사원, 부실 보수·관리 실태
입력 2014-05-16 03:16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 안전과 원칙을 무시한 대한민국의 ‘대충대충’ 문화가 국보 1호 숭례문 복원공사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문화재청은 5년간 숭례문을 복원하면서 전통단청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나 시공 방법 검증 없이 공사기간을 맞추려고 부실하게 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단청에 물이 닿으면 얼룩 등이 생기자 충분한 연구도 없이 동유(희석 테레빈유)를 발라 복구사업의 원인이 된 화재 위험성만 증폭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16일∼올해 2월 11일 문화재청 및 서울시 등 9개 시·도를 대상으로 문화재 보수 및 관리실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의 문제점들이 확인돼 개선을 요구했다고 15일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시험시공 등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복구자문단 의견에도 불구하고 단청장의 명성만 믿고 공기를 맞추기 위해 시공법이나 내구성 등이 검증되지 않은 단청기법을 바로 적용했다. 단청장은 전통단청 재현에 실패하자 화학접착제를 아교에 몰래 섞어 사용해 단청이 얇게 벗겨져 떨어지는 박락과 균열이 발생하고 심화됐다.
또한 고증을 거쳐 2011년 4월 기존 숭례문의 전통기와 규격대로 제작하기로 해놓고 생산 업체로부터 시공이 번거롭다는 의견을 제시받자 전통기와보다 작은 KS기와 규격으로 임의 변경·시공하도록 했다. 아울러 숭례문과 그 주변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현대토층의 두께가 위치별로 상이(30∼50㎝)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고증·자문 없이 시공 편의를 위해 일률적으로 화재 전 지반에서 30㎝ 내외의 토층만 걷어내고 시공해 조선 중·후기 지반보다 최고 145㎝ 높아졌다.
또 전통철물 제작량이 소요량의 2%에 불과하고 품질도 불량해 전통철물을 사용한 숭례문 복구공사에 실패하자 경복궁에 보관 중이던 조선시대 철물과 현대철물을 대신 사용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문화재청장에게 단청공사 및 지반복원공사를 부실하게 관리한 숭례문 복구단장 등 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화학접착제 사용 등으로 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단청장에 대해서는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또 전체 공사비 154억원 중 21억원에 해당하는 단청·지반·기와를 재시공하거나 보완하도록 통보했다.
이와 함께 경주 첨성대의 경우 2009년 10월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북쪽으로 20㎝(상단부 기준) 기울어진 사실을 확인한 이후 매년 1㎜씩 기울고 있는데도 경주시가 근본적인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석제탈락 위험에 대한 안전조치 없이 방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