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일가·청해진 관계사, 금융권서 3747억 빌렸다… 금감원, 금융검사 현황 발표
입력 2014-05-16 04:59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과 청해진해운의 관계사,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금융권이 빌려준 금액이 애초 알려진 규모보다 1000억원 이상 많은 374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 일가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이 세운 신협을 사금고처럼 사용하며 자금을 끌어모은 정황이 비교적 선명히 포착됐다.
이들의 금융거래 내역에서는 거액의 외화 유출, 자산가격 부풀리기, 관계사 간 부당 자금지원 등 각종 불법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융 당국은 관련 금융회사·회계법인 등을 징계하고 대출 목적과 달리 유용된 대출금을 조속히 회수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여신·외환·회계·보험 권역에 걸쳐 이뤄진 청해진해운 관련 금융검사 진행 현황을 발표했다. 권순찬 금감원 기획검사국장은 “유 전 회장 일가와 관계사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아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며 “이들이 특정 신협을 사금고처럼 썼다”고 밝혔다.
A신협은 2006∼2012년 유 전 회장 일가 4명(유병언 유대균 유혁기 유상나)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66억원을 송금했다.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은 신협 대출 등으로 총 727억원을 마련해 다른 관계사에 총 514억원을 지원했다. 조합원들이 신협에서 300만∼5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아 건강식품 구매 명목으로 소속 교회 계좌로 입금하면 이 자금이 기독교복음침례회로 송금된 정황도 포착됐다. 금수원의 지시로 매년 기독교복음침례회의 여름수련회 행사비를 지원한 신협도 있었고, 유 전 회장의 사진 4장을 1100만원에 사들인 신협도 있었다.
다만 신협은 이러한 금융 당국 검사 결과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 전 회장 일가의 타행송금 과정에서는 세모신협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를 이용했을 뿐 신협 자금이 유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협중앙회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신협은 특정 종교단체(기독교복음침례회)와 전혀 관련이 없는 서민 금융기관”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담보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교회 건물이나 토지를 담보로 취득한 사례도 금융 당국 검사 결과 적발됐다. 지속적으로 운전자금 한도를 초과해 취급한 부실 운영도 드러났다. 일부 금융회사는 교회 신축 지연, 이자 연체 등에도 별도조치를 하지 않고 대출 기한을 연장했다.
외환 관련 검사에서는 거액의 불법 외화유출 혐의가 나타났다. 해외 현지법인의 투자지분 제삼자 무상양도나 헐값 처분 등으로 총 760만 달러를 유출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천해지 등은 현지법인에 사진작품 매입 명목 등으로 총 2570만 달러를 송금했다.
회계 관리에서는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이 은폐되거나 자산가격 부풀리기가 드러나는 등 편법이 나타났다. 보험 검사에서는 관계사 종업원을 동원한 자금 조성 혐의가 드러났다. 1994∼1997년 ㈜세모 종업원 등 1035명이 소액대출보증서를 발급받아 184억원(1821건)을 대출받았는데 실제 차주는 ㈜세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