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한 달] 학생들 유족이 선생님 유족에… 눈물의 카네이션
입력 2014-05-16 02:15
“카네이션을 받을 선생님도 줄 학생도 없어 영정이 있는 분향소에서라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한 달째이자 스승의 날인 15일 경기도 안산 정부 공식합동분향소는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분향소 제단에는 단원고 강모(52) 전 교감과 2학년 담임교사 6명의 영정이 학생들 영정 옆에 나란히 안치돼 있다. 교사들의 영정 앞에는 ‘존경하는 선생님께’라고 적힌 편지들이 놓여 있는 등 제자들이 다녀간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이하 희생자 가족 대책위)는 스승의 날을 맞아 희생된 교사 유족들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했다.
단원고 학생의 유족들은 학급별로 한 명씩 분홍색 바구니에 담긴 붉은 카네이션을 양손에 고이 들고 분향소로 들어갔다. 희생 교사의 부모와 구조된 학생들의 학부모들도 함께했다.
희생자 가족 대표는 먼저 학생과 교사, 일반 승객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어 단원고 전 교감과 교사들의 영정이 한데 모여 있는 제단 앞으로 향했다.
한 유족이 미리 준비한 편지를 읽어 내려가자 애써 눈물을 참았던 유족들은 소리 내 울음을 터트렸다.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한 자리를 끝까지 지켜주시고 안아주신 은혜 잊지 못할 겁니다. 끝내 피어보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하신 선생님, 부디 영면하시고 그곳에서도 저희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아주시고 꿈에서라도 환하게 웃는 모습 뵙기를 기도합니다.”
학급별로 준비한 카네이션 바구니는 제단 위 희생교사 영정 왼쪽에 하나씩 놓였고, 바구니가 차례로 전해질 때마다 유족과 구조된 학생의 부모들은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학생 유족들은 분향소를 나서기에 앞서 희생된 교사들의 부모들에게 자신의 자녀를 대신해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다. 이들은 서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안산=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