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채소값 곤두박질… 농민들 냉가슴

입력 2014-05-16 02:26

세월호 참사 여파가 화훼·채소 농가에도 몰아쳤다. 과잉 생산으로 곤두박질친 가격에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속만 태우고 있다.

15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 월간거래 동향에 따르면 지난 12일 경매된 서양란 덴파레는 한 본당 평균 2000∼6000원에 거래됐지만 최하 1500원까지 떨어졌다.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았지만 세월호 참사로 각종 지역 행사·축제가 취소돼 주문량이 줄어 가격은 원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충북 최대 화훼단지인 진천군에서 서양란을 재배하는 김모(44)씨는 “올해는 지방선거도 있어 꽃 특수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수요가 급감해 제값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 재배 농가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활기 넘쳐야 할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은 재고 처리에 한숨짓는 상인들의 탄식이 가득했다. 지난 12일 기준 배추 한 포기 도매가는 8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85원보다 1592원이나 하락했다. 양파는 ㎏당 48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96원)보다 1610원 폭락했다. 배추와 양파 모두 이달에도 출하량이 22%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소비 부진이 나아지지 않으면 가격 하락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박모(56)씨는 “주문량이 줄어들어 쌓여가는 상자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며 “가격 하락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농가 파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