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구출작전 나이지리아軍, 사단장에 총격 하극상

입력 2014-05-16 03:38

이슬람 무장단체에 납치된 여학생을 찾아야 할 나이지리아군이 상관에게 총질까지 하며 자중지란에 빠졌다. AP통신은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 주도 마이두구리의 부대에서 14일(현지시간) 군인들이 7사단장 아흐마두 모함메드 소장을 향해 총을 쐈다고 보도했다. 모함메드 소장은 밤 사이 이슬람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사망한 장병들을 애도하려고 병영을 방문한 것이었다.

나이지리아 국방부는 전우를 잃은 군인들이 그 분노를 허공에 표출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군인들의 설명은 달랐다. 이들은 극도로 화가 난 장병들이 모함메드 소장이 타고 있던 차량에 직접 발포했다고 전했다. 소장이 총을 맞지는 않았다.

군인들은 지휘부가 전우를 사지로 몰았다고 본다. 사망한 장병들은 여학생들이 납치된 치복시(市) 인근에 매복해 있다 공격을 당했다. 이들은 당초 상부에 해당 지역이 위험해 한 마을에서 하룻밤 묵길 원한다고 보고했지만 이동 명령이 떨어졌다. 교전으로 숨진 장병은 최소 12명이다.

군 당국은 사망자 수를 축소 발표했다. 국방부 대변인 그리스 올루코라데 소령은 “군인들이 격렬한 교전을 벌여 반군 여러 명을 살해하고 수풀에서 탈출했다”며 “아군은 4명이 매복 중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군의 분열과 사기 저하는 열악한 처우에도 원인이 있다. 반군의 화력과 병력이 우세한 상황에서 군인들은 목숨을 걸고 작전에 나서야 하지만 방탄조끼 같은 전투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 급여가 넉넉지 않은 데다 식량도 직접 구해야 한다는 게 장병들의 전언이다.

군과 정부에 대한 주민의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납치 사건 이후 수수방관에 가까웠던 당국의 태도는 자국민과 국제사회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뒤늦게 미국 영국 등 국제사회의 구조 지원을 수용한 건 이런 여론에 떠밀린 측면이 있다.

테러 위협을 받는 지역에서는 주민이 자경단을 조직해 목숨과 재산을 직접 지키고 있다.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얘기다. 마이두구리에서 250㎞ 떨어진 칼라발게 마을에서는 13일 새벽 주민들이 이슬람 무장 요원을 실은 트럭 2대를 매복 공격했다. 반군은 200명 이상 사망하고 최소 10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한 유인 정찰기 MC-12를 나이지리아에 배치한 데 이어 고고도 무인 정찰기 글로벌호크를 투입했다고 미 국방부 관계자가 AFP통신에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