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反중국 시위 확산… 중국인 사망자 발생
입력 2014-05-16 03:38
베트남 곳곳에서 반(反)중국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중부 하띤성에서 시위 도중 충돌이 발생해 중국인이 최소 1명 숨졌다고 A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이달 초 중국이 베트남과의 분쟁도서인 남중국해 파라셀(중국명 시사·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서 원유시추를 강행한 데 대한 반중 시위가 확산된 이후 양측 충돌로 사망자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한국 교민들의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중국 갈등 폭발=AP통신은 하띤성 관리를 인용해 이날 오후까지 최소 1명의 중국인 근로자가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전했다. 전날 밤 베트남의 반중 시위대가 하띤성에 건설 중이던 대만 포모사 플라스틱그룹의 철강공장으로 몰려가 중국인 노동자들을 공격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로이터는 하띤 종합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간밤에 시위 참가자 등 약 10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상당수가 중국인 근로자였다”며 베트남인 5명과 중국인 16명 등 모두 2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트남인, 중국인 각 1명 등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하는 등 사망자 수가 엇갈리고 있지만 양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다.
시위는 사망자가 발생할 만큼 갈수록 과격 양상이다. 대만 외교 소식통은 AP통신에 “흥분한 베트남 시위대 수백명이 한밤중 공장으로 몰려와 기물을 부수고 중국인 근로자를 코너로 몰아 위협했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중국 기업이 다수 있는 남부 빈즈엉성 공단에서 베트남 시위대가 공장에 불을 질러 약 460개의 외국 업체가 피해를 입었다. 중국은 주중 베트남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했고 대만은 자국민 철수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베트남 내 중국인들은 캄보디아 등 주변 국가로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이번 베트남·중국 갈등이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중월전쟁)’ 이래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88년과 2011년에는 양측이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베트남명 쯔엉사) 군도에서 해전을 벌이는 등 영유권 갈등이 계속돼 왔다.
중국은 베트남 정부의 강력 반발에도 이달 초부터 파라셀 군도에서 원유시추를 강행 중이다. 해당수역에선 양측 선박이 열흘 가까이 대치하며 4차례 충돌했다. 로이터는 과격 반중시위와 관련해 “중국이 해상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면서 자칫 주도권을 뺏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교민도 주의 요망=중국인 근로자가 사망한 하띤성 철강공장에는 하청을 받은 한국 업체 직원도 200명가량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한국인 근로자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빈즈엉성 시위로 피해를 본 한국 업체는 80여개로 추산됐다. 동나이성 5개사, 캄보디아 접경 떠이닝성 1개사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찌민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베트남 당국에 우리 국민과 기업을 적극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총영사관은 특히 기업체와 가옥에 태극기 게양을 권고했다. 한국 업체가 태극기를 일제히 게양한 후 한국 업체 피해가 전무해 ‘태극기 효과’가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시위대는 주말인 17∼18일 다시 대규모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