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중보기도 확산… ‘세월호’ 이후 달라진 교계
입력 2014-05-16 03:24
지난 9일 밤 경기도 안산 단원고 인근의 안산제일교회 본당.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연합기도회에서 근래 보기 힘든 광경이 연출됐다. 예장합동과 예장통합, 침례교, 감리교, 기성 교단을 대표하는 총회장 5명이 단상에서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주요 교회연합기관 사이의 갈등으로 수년간 교단을 아우르는 연합 행사가 사실상 실종된 상황에서 교단장들이 맞잡은 손은 주목 받기에 충분했다.
한달 째를 맞는 세월호 참사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를 낳고 있다.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교회연합운동이 조심스럽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주요 교단들은 연합기도회와 피해자 치유사역 등을 준비하면서 중단된 연합사업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 관계자는 15일 “주요 교단장들을 중심으로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며 “연합사역에 대한 서로간의 신뢰와 진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주일 설교 메시지도 바꿔놓았다. 위로와 회개, 영적 각성을 촉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는, 이른바 ‘세월호 설교’가 교회마다 이어졌다.
“이번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영적인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주시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지난 4일 주일예배 강단에 선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는 교회와 성도들의 영적 각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사울에게 쫓기던 다윗의 상황을 예로 들며 “환난이 다가올 때 원망하거나 낙심할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의지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세월호 참사로 60여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안산지역 교회들은 설교에서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인내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민경보 안산광림교회 목사는 지난 11일까지 ‘고통 앞에 선 인간’을 주제로 3주 연속 설교했다. 그는 “고통을 마주했을 때 혼돈에 빠뜨리려는 사탄의 음성을 듣지 말고, 굳건한 믿음을 지키자고 성도들에게 권면했다”고 전했다. 김학중 안산 꿈의교회 목사는 페이스북에 하늘나라로 떠난 학생을 위한 추모시를 올려 애도를 표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위로와 영적 각성, 회개의 메시지와 더불어 신앙인 각자 스스로 자기점검을 하며, 나아가 정부나 사회 문제에 지속적 관심을 갖고 건전한 비판까지 할 수 있도록 권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교회와 성도들로 하여금 기도의 자리로 이끌고 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중보·금식 기도회가 이어지고 있고, 자체 성금 모금을 통해 고통 받는 이들에게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행사 등을 축소하거나 취소, 연기하면서 사회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는 교회도 많다. 서울 연동교회는 지난 11일 주일예배 광고시간을 이용, 교회 설립 이래 처음으로 영상을 통한 재난안전교육도 실시했다.
박재찬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