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친구들 무사 귀환 위해 매일 기도”… 보코하람 공격서 구사일생한 나이지리아 소녀의 증언
입력 2014-05-16 02:37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잔혹한 테러를 겪고 살아남은 나이지리아 기독 소녀가 최근 같은 단체에 납치된 또래 여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기도를 호소했다.
데보라 피터스(15)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허드슨연구소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목회자 아버지와 남동생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던 일을 증언하며 “납치된 여학생들이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매일 하나님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피터스는 12세이던 2011년 나이지리아 동북부 보르노주 치복시의 집에서 보코하람의 공격을 받았다. 치복시는 지난달 14일 보코하람이 학교 기숙사를 급습해 여학생 270여명을 납치한 곳이다.
보코하람의 무장대원 3명은 오전 7시20분쯤 대문을 두드리며 피터스의 아버지를 찾았다. 집안으로 들이닥친 이들은 목욕하던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린 뒤 하나님을 부인하라고 협박했다. 아버지가 이를 거부하자 그들은 가슴에 총 세 발을 쐈다. 피터스는 “아버지는 ‘예수’라고 외치고 바로 쓰러졌다”고 말했다.
무장대원들은 바로 남동생에게 다가가 총격을 가했다. 이후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동생의 입에 총구를 겨눴다. 피터스는 “보코하람은 남동생이 아버지처럼 목사가 될 수 있다며 확인사살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죽음을 면했지만 하루 넘게 가족의 시체 속에서 묶여 있던 피터스는 외상후 스트레스로 한 달 넘게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어머니는 사건 당일 마을을 떠나 있어 다치지 않았지만 큰 충격에 빠졌다.
피터스의 가족은 기독교 신앙 때문에 이 같은 피해를 입었다. 이번에 납치된 여학생들도 대부분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피터스는 “많은 이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며 “그 누구도 보코하람의 무자비한 테러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피터스는 박해 기독교인을 위한 단체 ‘주빌리 캠페인’의 도움으로 미국 버지니아주로 건너가 현재 기독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신앙을 키우며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있다.
수많은 보코하람 피해자를 상담한 국제 인권변호사 엠마뉴엘 오지브는 “보코하람은 알카에다 다음으로 규모가 큰 국제 테러집단으로 성장해 기독인을 말살하려 한다”며 “벼랑 끝으로 내몰린 기독인들이 언제까지 믿음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출신미국기독인협회’는 성명을 통해 “나이지리아 정부와 세계 각국의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