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한 달] 남은 가족들 슬픔이 불안으로… 목회자 찾아와 “끝까지 있어달라”
입력 2014-05-16 03:30
기독 봉사자들이 전하는 사고 한달째 팽목항
세월호 참사 한 달째. 현재 남아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천 봉사자들은 24시간 변함없이 예배와 중보기도, 생필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엔 가족들을 위한 기도처까지 마련한 상태다.
15일 진도칠전교회 전정림 목사에 따르면 지난 한 달 간 실종자 가족의 정서는 슬픔에서 불안으로 변했다. 서로 의지했던 가족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불안과 외로움이 밀려오는 것이다.
전 목사는 “남아있는 가족들은 불안한 빛이 역력해 보인다”며 “팽목항의 경우 가족들이 목회자들에게 직접 찾아와 ‘끝까지 있어 달라’고 부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진도군교회연합회(회장 문명수 목사)는 이를 위해 지난 5일부터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에 흰색 천막을 설치하고 기도처를 마련했다.
그동안 팽목항에서는 오후 8시가 되면 기도회가 진행됐다. 기도처는 이와는 별도로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 누구나 방문해 기도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매일 10∼20여명의 가족들과 봉사자들이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목사는 “기도처에 오는 가족들은 통곡하며 눈물만 흘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위해 찬송을 부르며 같이 기도하는 봉사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진도군교회연합회는 지난 8일 봉사 활동 종료 시기와 관련, 회의를 열고 실종자를 모두 찾을 때까지 가족들 곁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현재 진도실내체육관 주위에 설치됐던 각 단체의 봉사 천막은 거의 철수한 상태다. 4개의 식사 봉사팀도 한 곳만 남아있고 봉사자들도 크게 줄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봉사자들의 ‘부재’는 가족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산장신대 한두리(23·여)씨는 “지난주 얼굴을 아는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가자 며칠만 더 있어 달라고 하던 가족도 있었다”며 “가족들은 믿고 기댔던 봉사자들이 떠나고 단체 부스도 철거되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달 19일부터 20일간 대학생 봉사자들과 함께 가족들 곁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봉사활동을 해왔다.
진도군교회연합회 소속 목회자들은 진도실내체육관 옆 천막에서 매일 오전 6시와 오후 7시, 두 번에 걸쳐 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다. 최근엔 설교 내용도 변화를 보여 슬픔을 위로하는 것에서 극복과 소망을 강조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진도 금갑교회 조희경 목사는 “다른 단체는 모두 떠나더라도 교회는 떠날 수 없다”며 “끝까지 가족들 곁에서 기도하며 희망을 말할 것”이라고 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