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물 닦고 ‘안전한 나라’ 만들기에 나서자
입력 2014-05-16 03:31
세월호 참사 한 달… 안전 위해 정신적·물질적 비용 감내해야
세월호 침몰 참사로 대한민국의 시계가 4월 16일로 멈춰진 지 어느덧 한 달. 아직도 20여명의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늘도 팽목항 방파제에서 피눈물로 절규하고 있다. 전국 각지의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이 200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이번 참사에 직간접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은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5일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 15명을 구속 기소하며 불법 증개축으로 복원성이 없어진 배의 급격한 변침(變針·방향선회)이 침몰의 원인이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선장 등 4명에게는 ‘부작위(不作爲·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됐다.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죄로 규정한 것이다.
이들뿐 아니라 출동 후 ‘골든타임’ 47분을 헛되이 보낸 무능하고 한심한 해양경찰, 얽히고설킨 거대 ‘관피아’ 등 공조직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응분의 처벌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주 초 발표할 국가개조 방안이 주목된다.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고뇌에 찬 결단이 배어 있기를 기대한다.
일부에서는 이제 분노와 애통의 눈물을 닦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서울 특파원 출신인 스타 트리뷴의 에번 램스타드 경제에디터가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최근 기고한 글을 통해 9·11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처럼 우리나라 리더도 세월호의 슬픔을 털고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해야 한다고 제의한 점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
참사의 충격이 크지만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다시 힘을 내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국민 모두 눈을 부릅뜨고 ‘새로운 대한민국호’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각오로 자신의 분야에서 모두 독한 감시자로 변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이번 사고로 아쉽게 스러져간 영혼에 대한 도리 아니겠는가.
소방방재청 국가재난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들의 제보 등으로 수집된 재난 징후 829건 중 786건이 해결됐다고 한다. 국민들의 감시 여하에 따라 세월호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생생한 증거다. 이를 위해선 정신적·물질적 비용 지출이 요구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는 그런 비용을 기꺼이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 사고 당일 오전 10시17분 세월호에서 보낸 마지막 신호가 된 한 학생의 SNS 메시지 내용이다.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 이제 우리들은 그의 메시지에 응답할 때다.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거란다. 아들아 똑똑히 지켜보렴”이라고. 분하고 원통하지만 이를 가슴 속 깊이 새기며 국민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한층 더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