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쟁하는 국가 원하는지 일본 국민이 결정해야

입력 2014-05-16 03:12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열었다. 자문기구인 안보법제간담회로부터 최종 검토보고서를 받고, 자신과 외무상 방위상 관방장관이 참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 4인 각료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결정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를 위해 평화헌법 해석을 변경하고 관련 법안도 개정할 예정이다.

2012년 12월 집권한 이후 ‘보통국가 만들기’와 ‘전후체제 탈피’의 중요 과제로 집요하게 추진해온 집단적 자위권 행사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자위대가 일본 영토 밖에서 다른 나라와 교전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는 국가가 제3국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으면 자국에 대한 무력공격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가 집단적 자위권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는 공해상에서 미국 함선을 겨냥한 공격에 대한 응전,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 일본 부근 유사 사태시의 외국 선발 검사 등이다. 또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아 일본 안전에 큰 영향을 줄 경우 국회 승인을 거쳐 반격한다는 다소 포괄적인 요건도 있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주문해온 미국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내용이 많이 포함됐다고 하겠다. 정부가 그동안 꾸준히 강조해온 탓인지 아베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가져도 한반도 상황에 임의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힌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 회원국들의 고유 권한이어서 아베정부의 결정을 다른 나라가 직접적으로 비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차대전을 계기로 스스로 내각의 교전권과 정식 군대 보유 금지를 헌법에 규정했던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주변국들이 우려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베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보유에 앞서 주변국들의 의구심을 해소시켜야 한다. 종전처럼 침략전쟁을 미화한다든가 영토 야욕을 노골화하는 언행은 삼가고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집단적 자위권을 갖게 되더라도 방어를 위해 무력을 사용한다는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을 지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평화헌법은 일본에 경제발전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고, 그 결과 일찍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사실을 일본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제 전쟁하는 나라를 원하는지 일본 국민들이 대답할 차례다. 전쟁하지 않는 나라를 원한다면 아베 총리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