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김병삼] 작은 일, 그러나 위대한 일
입력 2014-05-16 02:45
‘디테일의 힘’은 중국의 컨설턴트 왕중추가 2004년에 쓴 책이다. 당시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며 ‘빠르게, 빠르게’를 외치던 중국인들에게는 충격적인 공식이 알려졌다. “100%-1%=0.” 이때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중국의 산업화를 비웃으며 ‘짝퉁의 천국’이라고 불렀다. 짝퉁은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술함이 보인다. 그런데 그 비웃음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아무리 자랑해도 우리는 짝퉁 선진국이었다는 사실에,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그 허술함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은 자괴감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빨리빨리 그리고 위대하게
우리는 곧 위대해질 줄 알았다. ‘빠르게, 위대하게’라는 말은 그래서 우리가 가장 많이 듣고 자신에게 했던 말이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기업의 신입사원 면접 채용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면접장 바닥에 종이뭉치가 떨어져 있는데 아무도 치우는 사람이 없었다. 면접을 보러 온 한 사람이 그 종이를 집었다. 그 종이에는 ‘우리 회사에 들어온 것을 축하합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 신입사원은 나중에 그 회사의 CEO가 된다.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회사에 떨어진 휴지를 치우는 사람이라면 그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는 이야기다.
위대하기를 꿈꾸며 정작 발밑에 떨어진 작은 일에는 무관심한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바둑 용어 중에 ‘착안대국, 착수소국’이라는 말이 있다. 바둑을 둘 때는 전체를 생각하지만, 돌을 둘 때는 한 수 한 수에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중국 내지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허드슨 테일러의 좌우명 중 하나다. ‘작은 일은 작은 일입니다. 그러나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는 것은 위대한 일입니다(a little thing is a little thing. But faithfulness in a little thing is a great thing).’ 아마도 많은 선교사가 큰 꿈을 가지고 중국에 들어왔으나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떠났던 모양이다. 정말 필요한 사람은 큰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일을 가장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다. 이런 말이 있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멋지게 뻗은 나무들은 다 베어 간다. 하지만 볼품없어 보이는 나무가 있어 산이 존재한다.
소중해야 섬긴다
하루빨리 돈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이라 가르치던 나라가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고 있다. 하나님 믿고 잘 참으면 성공해서 큰일 할 수 있다고 가르치던 교회도 성공신화와 함께 외면당하고 있다. 신실함이란 지금 하는 일을 잘 참고 견디면 큰일을 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하는 일을 끝까지 신실하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하는 일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영어 단어는 ‘worship’이라는 게 있지만 ‘service’라는 말도 있다. 너무나 소중한 분을 섬기는 것이다.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말 역시 ‘service’라고 쓴다. 군인이 된다는 것은 소중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섬기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야 섬긴다. 자기 일보다 돈이 소중하다고 느끼면 부정직한 방법으로 돈을 번다. 목회자가 섬기는 교인들이 더는 소중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명예를 탐한다. 공무원이 국민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섬기기보다 군림하려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을 가장 소중하게 섬기는 사람들이 필요한 때다. 국가를 개조하고 시스템을 정비한다고 난리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 외치는 소리는 공허할 뿐이다. 위대함은 크고 작음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사무치는 때다.
김병삼 만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