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백석·김소월·이태준… 청소년을 위한 작가탐구클럽 시리즈 출간
입력 2014-05-16 02:13
김동인(1900∼1951). 평양 갑부의 아들로 태어나 방탕한 생활로 가산을 탕진한 문제아였지만 문학사적 업적은 적지 않다. 한국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꼽히는 그는 ‘그’와 ‘그녀’라는 대명사를 처음 쓴 작가이기도 하다. 예술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들을 소설에 버젓이 등장시킨 유미주의자이기도 했다. 그 대표적 작품이 ‘광염소나타’다. 평소 신문연재소설을 폄하했던 그가 1929년 1월 1일부터 중외일보에 이 소설을 연재하게 된 이유를 류한형은 ‘김동인, 슬픈 배따라기를 남겨둘 뿐’에서 ‘이미 가세가 기운 상태에서 김경애와 재혼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일단은 결혼식에 쓸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작가의 속살을 훔쳐 볼 수 있어 작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은 도서출판 우리학교의 작가탐구클럽 시리즈의 하나다.
‘백석, 외롭고 높고 쓸쓸한’(소래섭)도 함께 나왔다. 백석(1912∼1995)은 월북 문인이다. 그래서 1987년에야 우리는 그의 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묻혀 있던 백석의 문학이 세상에 나오자 평론가들은 한국문학사를 따로 써야할 만큼 뛰어난 작품들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백석의 빼어난 몇몇 시는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임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 책은 백석의 녹록치 않은 시와 친해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준다.
작가의 삶을 씨줄로, 작품을 날줄로 삼아 촘촘히 엮은 이 책들은 청소년들을 위해 기획됐다. 많은 청소년들이 시와 소설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읽고 있다. 작가의 삶과 작가가 살아온 시대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들에게 작가에 대해 알려 준다면, 그래서 작가의 내밀한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독서의 깊이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은 시대와 사회에 대한 작가 자신만의 대결방식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작가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를 알게 되면 창작의도를 쉽게 알 수 있다. 독일, 프랑스, 영미권 국가에서 작가 탐구 수업이 일반화되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청소년을 위한 작가 탐구서가 거의 없는 상태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갑다. 하지만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지나치게 전기적 비평에 빠져선 작품의 진가를 놓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하겠다. 지난해 10월 ‘김소월,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박일환)’, 이태준, ‘밝은 달빛이 유감한 까닭에’(정재림)로 시작된 이 시리즈는 앞으로 교과서에 실린 작품의 저자를 중심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