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수많은 사람을 죽인 히틀러는 연쇄살인범
입력 2014-05-16 02:11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제바스티안 하프너(돌베개·1만3000원)
히틀러 관련 서적의 상당수는 먼저 그 분량으로 독자들을 압도한다. 끝까지 읽기엔 힘에 부치고, 다 읽고 나도 워낙 양이 많아서 내용 요약이 쉽지 않다. 그에 비해 하프너의 이 책은 히틀러 현상의 전체 의미를 놀랍도록 간결하게 요약한다. 그러면서도 결코 정교함을 잃지 않아 작으면서도 큰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치의 폭정을 피해 영국에서 20년 동안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하프너는 독일이 자랑하는 국민작가이다. 그는 쉽고 평범한 단어들을 엮어서 더없이 신선하고 명징하면서도 때로는 촌철살인의 일격을 가하는 문체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히틀러의 ‘성공’이 이미 죽어가는 상대를 찾아서 처리하는 탁월한 본능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군사적이거나 정치적인 목적도 없이 오직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점에서 히틀러는 연쇄살인범의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저명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귀도 크노프는 서문에서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염성이 강한 히틀러 열병에 최고의 치료제는 과거나 현재나 히틀러에 대한 지식뿐이다. 히틀러의 볼모로 남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독일의 트라우마인 히틀러를 늘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 안인희 옮김.
박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