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남이 행복하면 나도 그만큼 더 행복”
입력 2014-05-16 02:58
왜 인간은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하는가/박이문/소나무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 새삼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삶을 화두로 던졌다. 배가 가라앉는 절체절명의 순간, 나는 내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를 위해 벗어줄 수 있을까. 왜 누구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삶을 살고 누구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우리는 왜 그렇다면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하는가. 과연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갖고 있는가?
저자는 ‘둥지의 철학자’로 불리는 우리 시대 원로학자다. 그는 이타주의를 ‘남들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그런 심성에서 발견되는, 자신의 개인적 욕구를 억제하고 남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일종의 봉사 정신’으로 설명한다. 이어 ‘왜 나는 이타적인 존재가 되어야하느냐’는 질문에 E대한 답을 철학적 성찰을 통해 찾아 나선다. 마하트마 간디나 마더 테레사처럼 이타적 삶을 살았던 역사적 인물로부터 답을 찾는 실증적인 방법이나 심리학과 생물학 등의 학문적 이론을 동원하는 과학적 방법과는 엄연히 다르다.
그는 인간이 이타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철학자들의 이야기에서 가져온 여러 가설을 하나씩 지워나간 뒤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를 윤리도덕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그러면서 이타주의가 가능한 이유를 찾아낸다. 이타주의는 곧 인간이 자신만의 좁은 세계를 사회와 자연과 우주로 확장해 개체로서의 삶의 허망함을 극복하고,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려는 궁극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좀 더 일상적인 표현을 써서 그는 “‘개 같은 놈’이 되지 않으려는 자기초월적인 본능”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인간이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도 이타적 행동을 하는 이유를 그는 “남이 행복하면 나도 그만큼 더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967년 지적으로 자신만만하던 35살의 철학자는 프랑스 문예지에 “나는 행복을 경멸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실었다. 기나긴 삶의 여정을 거쳐 84세가 된 지금, 그는 “인생의 의미가 ‘행복’이라는 개념으로 가장 잘 요약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나 자신의 사유와 지혜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을 감지하게 되었다”는 고백 역시, 진리의 의미를 치열하게 탐구해온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지. 1부의 철학적 논증은 물론 이를 보완하는 2부의 짧은 성찰의 기록에선 평생 인생의 실존적 의미를 성찰해온 노학자의 지적 사유가 형형하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