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使 “고용 유연성 강화”- 勞 “고령 비정규직 양산”… 55세 이상 파견근로 각계 입장 충돌
입력 2014-05-15 02:17
정부가 55세 이상 근로자의 파견 허용 업종 확대를 추진하면서 고령자 일자리가 더욱 열악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고령자 재취업을 돕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기업의 고용 유연성 강화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노동계는 고령 근로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에 내몰리고 파견근로가 산업현장 전반으로 확대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4일 “늦어도 연말까지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4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55세 이상 근로자의 파견 허용 업종을 대폭 확대키로 결정했다. 은퇴 러시가 이미 시작된 베이비부머(1955∼63년생)들의 원활한 재취업을 위한 걸림돌을 없애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당시 일부 언론은 모든 업종에 파견이 허용된다고 보도해 혼선을 빚었다. 그러나 정부는 제조업과 절대금지 업종으로 파견법에 규정된 선원 업무 등은 파견 허용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파견 근로는 파견 업체 소속 근로자가 계약을 맺고 다른 사업장에 가서 일하는 형태다. 파견법은 총 파견 근로 기간이 2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55세 이상 근로자는 2년을 초과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파견 근로자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 지난해 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 파견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69만7000원으로 정규직(298만5000원)의 56.8%에 불과했다. 55세 이상 고령자들의 임금 수준은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경기 변동에 따라 언제든지 파견 계약이 해지될 수 있어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파견 사업장 직원들과 섞여 일하지만 차별적인 대우를 받기 때문에 박탈감도 심하다.
이런 이유로 노동계에선 고령자 파견 업종 확대에 반대한다. 지난 8일 설립신고를 마친 전국시니어노조 박헌수 위원장은 “정부가 일자리 수만 늘리는 데 급급해하지 말고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돌보는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공식입장은 정하지 않았지만 고령자 파견 확대가 근로조건을 떨어뜨린다면 반대”라고 덧붙였다.
55세 이상 파견 확대가 정년 60세 법제화의 취지를 흐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업들이 55세 이전에 명예퇴직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근로자를 내보낸 뒤 파견 근로자로 대체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100세 시대에 나이 들어서도 일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법 취지가 자칫 ‘늙은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부작용에 묻힐 수 있다.
고령자 파견 업종 확대가 기업의 인력확보 지원을 위한 고용규제 완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도 문제다. 재계는 경기 변동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파견 확대로 해소하려고 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파견 업체에서 인력을 지원받아 영업을 하다가 불경기를 맞으면 파견 계약을 안 해 인력을 감축하려는 것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