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은행권 ‘미래 성장동력’ 이라더니… 스마트브랜치, 수익 악화에 ‘개점휴업’
입력 2014-05-15 02:43
‘작금의 수익성 악화가 미래의 발목을 잡았다.’ 은행들이 한동안 미래에 대비하겠다며 앞다퉈 스마트브랜치, 유스마케팅 전략 등을 내놨다가 저금리·저성장으로 어려움에 부닥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은행이 운영하는 스마트브랜치는 60여개다. 대다수는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28개)과 한국SC은행(12개)이 운영하고 있고, 나머지 은행들은 1∼4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스마트브랜치는 직원의 도움 없이 고객이 직접 계좌개설, 카드신청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갖춘 점포다. 일반지점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저렴하고, 비대면채널이 확대되면서 은행들이 미래성장 동력으로 관심을 보여왔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은행 거래 중 비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84.1%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 스마트브랜치는 개점휴업 상태다. 방문고객 자체가 적은 데다 직접 계좌를 개설하는 등의 업무를 하기보다 자동입출금기기(ATM)만 이용하는 고객이 대다수다. 은행들은 미래형 점포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며 스마트브랜치를 유지해 왔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이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외환은행은 스마트브랜치 중 한 곳의 폐점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28%,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3.58%로 각각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원인은 이자 수익 감소다.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80%로 2009년 2분기(1.72%)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마트브랜치가 미래형 점포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고 다른 은행들과의 경쟁관계를 고려해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은행 거래에는 보수적 투자자가 많아 당장 이쪽으로 고객들이 옮아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춤하고 있는 건 미래 잠재고객에 초점을 맞추는 유스마케팅 역시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20대를 겨냥한 브랜드를 만들고,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전용상품을 판매해 왔다. KB국민은행 ‘락스타통장’, 신한은행 ‘S20통장’, 우리은행 ‘신세대통장’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용상품의 금리도 대폭 낮아졌다.
국민은행의 경우 2011년 대학생 고객 유치를 목적으로 대학가에 41개 ‘락스타 존’을 만들었다. 지점 개설과 운영에 막대한 돈이 들어갔지만 수익성이 나빠지자 결국 올 초 15개 락스타 점포가 사라졌고, 나머지는 출장소 형태로만 남게 됐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수익을 내려면 대출이 있어야 하는데 대학생 상대로는 대출 업무가 어렵다”며 “미래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입사하면 회사 지정 은행이나 집에서 가까운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