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안전 대한민국⑧] 美 재난대응 전문가 토머스 챈들러 박사 “우선 구조 지휘라인 점검 필요”
입력 2014-05-15 02:14
미국의 재난대응 전문가인 컬럼비아대 부설 재난대비연구소(National Center for Disaster Preparedness) 토머스 챈들러(사진) 박사는 13일(현지시간)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과 관련해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와 비상시 구조 참여 조직 간 의사소통과 정보교환이 빠르게 이뤄지는지를 우선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챈들러 박사는 2012년 뉴욕시와 뉴저지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 대응 태세에 대한 사후 평가작업을 맡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재난 대비 및 구조대책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개선작업에 적용돼야 할 핵심 원칙들은 무엇인가.
“‘비상사태 대비(emergency preparedness)’와 ‘(사후) 대응활동(response operation)’이 분리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 두 가지는 해안경비대·의료체계에서 민간 자원봉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직과 기관을 아우르는 복잡하고도 상호 연결된 시스템의 일부로 이해돼야 한다. 대형 재난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진보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간이든, 지방정부 내에서든 지휘체계를 재점검하고 어떻게 하면 이들 지휘라인을 통해 정보가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소통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많은 경우 재난 시 역할을 했어야 할 기관이 대응체제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혹은 매우 효율적으로 활동한 조직이지만 지휘라인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또한 향후 재난대비와 대응체제의 향상을 위해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 용량(Capacity), 개인역량(Competency), 조직 간 협동단결(Capability) 등 세 가지 기준에 따라 현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세월호를 운항한 선박회사는 안전기준을 공공연히 무시해 왔고 정부의 감독도 작동되지 않았다. 미국은 민간선박을 포함한 해상 안전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
“미국도 여객선 사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2003년 1500명을 태운 뉴욕시 운영 유람선이 부두에 충돌해 11명이 숨졌다. 사고 원인 조사를 맡은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유람선의 부선장과 뉴욕시 교통 당국의 유람선 운항에 대한 감독 소홀을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2008년에도 305명을 태운 연락선이 로드아일랜드 해안에서 사고를 일으켜 21명이 크게 다쳤다. 이러한 사례들과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는 규정이 제대로 실행되는지 감독의 중요성과 훈련 관행, 의사소통 과정의 업데이트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정부와 미국민들이 9·11테러 공격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앙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모든 연방정부 조직과 주·지방정부가 실시간으로 의사소통하며 즉각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사용돼야 한다. 이것은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이라는 게 증명됐다. 예컨대 2011년 9월11일 뉴욕시소방국은 343명의 소방관을 잃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테러 공격이 세계무역센터 빌딩 에 입힌 구조적 충격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기에 대피자들을 구조하기 위해 고층으로 계속 올라가다 변을 당했다. 2005년에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가공할 위력이 일찍 예측됐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와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등 주정부 간에는 체계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깨달음은 실시간 정보와 의사소통 체계를 효율화하고 연방과 주정부 간 유기적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법률 제정과 규정 개정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재난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고 배웠지만 미래의 사건에서 다시 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