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후 첫 안행위 현안보고… 여도 야도 “장관 당장 사퇴”, 강병규 “초기대응 잘못”

입력 2014-05-15 02:13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처음 이뤄진 국회 현안보고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눈물과 분노로 정부를 강력 질타했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은 거친 말과 호통으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 가정의 어머니이기도 한 여성 의원들 대부분은 질의에 나서면서 참담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거나 울먹였다.

사퇴 압박이 이어지자 강 장관은 “초기 대응이 잘못됐다”고 시인한 뒤 “책임을 통감하며 상응하는 행동을 하겠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네가 죄인이야!”…초당적 비난 대상 된 정부=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14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세월호 사고의 소관 부처인 안행부, 소방방재청, 경찰청 등의 보고를 받았다. 강 장관은 보고에서 “해군과 해경, 인근 어선 등이 구조 활동을 실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초기 대응이 잘못돼 많은 희생이 있었다”고 잘못을 시인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그것이 보고냐”며 면박을 줬다.

여야 의원들은 대규모 참사로 이어진 정부의 초동 대처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통합 재난 시스템 구축 등 근본적 제도 보완 필요성을 촉구했다. 특히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새정치연합 이상규 의원은 사고 직후 강 장관이 경찰학교 행사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꺼내들었다. 같은 당 이찬열 의원은 “(정부가) 중앙재난상황을 발표하고 한 시간가량 사이에 안 장관은 경찰학교 행사에 참석해서 파이팅을 했다. 그 시각에 진도에서는 배가 거의 다 가라앉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여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보다 더 강력하게 정부의 책임을 꾸짖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성난 표정으로 “안전행정부의 이름을 바꿔”라고 일갈했다.

특히 새정치연합 김현 의원이 울먹이며 “사의 표명을 하겠느냐”고 묻는데도 강 장관이 머뭇거리자,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갑자기 끼어들어 “정신 차려, 네가 다 죄인이야, ‘죄송하다’고 해야지”라며 호통을 쳤다. 서 의원은 강 장관에게 “장관은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오늘 당장 사퇴하라”고 다그쳤다. 서 의원은 ‘세월호 참회 특별법’을 만든 뒤 입법권이 있는 특위를 구성해 장기간에 걸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구조보다 의전이 먼저였다”…‘119·해경’ 녹취록 파문=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에 절대적인 ‘골든타임’ 동안 중앙부처 공무원에 대한 과잉 의전 때문에 초기 구조 활동이 방해받았다는 내용의 녹취록도 공개됐다.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은 사건 발생 직후 소방방재청의 119상황실과 목포 해양경찰청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4월 16일 오전 8시58분부터 20분간 진행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상황실 팀장은 “보건복지부와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못 간다”라며 해경에 구조자 이송지 변경을 요구했다. 해경 측이 “배가 침몰했다. 구조가 우선이기 때문에 가까운 섬에 내려놓고 구조하러 가야 한다”고 답했는데도 상황실은 다시 전화를 걸어 “중앙 정부에서 집결해 팽목항에 대기하고 있는데 서거차도에서 다른 데로 가버리면 다 붕 뜨게 된다”며 재차 변경을 촉구했다. 상황실은 “소방방재청, 보건복지부도 모두 팽목항으로 내려온다”며 “유관기관들이 집결하고 있는데 중요치 않다고 하면 안 된다”며 화까지 냈다.

진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당시 상황실이 배 안에 있는 400여명의 구조가 아니라 고위 공직자 앞에 구조된 사람들을 보여줘야 하는 의전이 먼저였다”고 비판했다.

보고 시점도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사건 발생 후 청와대 보고 시간을 따져 물으며 “청와대 보고까지 한 시간이나 걸리고, 두 시간이 지나서도 ‘안전하다’고 보고하는데 이걸 정부라고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10분 내로 행정부 수반에게 보고가 됐으면 해군특수전전단(UDT)나 해난구조대(SSU)를 투입해 다 구조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