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교사 47% “세월호 사고 후 불안·우울 트라우마 경험”
입력 2014-05-15 03:32
세월호 참사로 상당수 교사와 학생들이 트라우마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학여행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가 희생된 탓에 당사자가 아님에도 일선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불안감이나 우울증 등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8∼13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사 및 전문직 32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교사의 47.4%가 세월호 사고 후 트라우마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또 응답자의 17%는 사고 후 재직 학교나 학급에 트라우마 증세를 보인 학생이 있다고 답했다. 트라우마 증세를 보인 학생 비율은 유치원·초등학교에 비해 고교(25%)와 중학교(19%)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안전교육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교사와 학생 대상 안전교육은 부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2년 동안 학생 안전교육이나 재난 대비 연수·교육을 받지 않은 교사가 40%에 달했다. 교육을 받은 경우에도 66.4%는 체험 없이 이론교육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교육이 부실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보니 교사의 절반 이상(58.8%)은 학생들이 위험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학생의 대처 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에 대해선 72.6%가 ‘반복훈련형 체험안전교육을 주기적·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교사 3명 중 2명(66%)은 ‘학생 안전사고 위험을 경험했거나 위험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수학여행을 꼽았다. 수련회를 꼽은 교사도 20.3%나 됐다. 단체로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행사는 위험하다고 여기는 셈이다. 장거리 단체행사에 대한 불안감으로 교사 46.2%는 수학여행 완전 폐지에 찬성했다.
한편 교총을 비롯한 270여개 교육·시민사회단체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시민사회가 학생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힘을 모으자는 취지의 ‘학생안전망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원칙과 기본의 실종”이라며 반복훈련형 안전교육 실시와 학생안전대책 마련 등을 호소했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