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짝을 무인기로 오인… 국방부 왜 이러나
입력 2014-05-15 02:13
서울 근교 청계산에서 북한 무인기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군 당국이 14일 밝혔다. 이어 수색팀이 급파됐지만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의 부서진 문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이 의심 물체를 현장에서 확인하기도 전에 북한 무인기로 추정해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등산객 A씨는 전날 오후 4시30분 일행 3명과 함께 청계산 매봉에서 석기봉으로 이동하던 중 망경대 아래 군부대 철조망 안쪽 40∼50m 지점에서 수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A씨는 이날 오전 8시 경찰에 신고하면서 자신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까지 제출했다.
군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 사진을 확인한 결과 무인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수도군단 수색팀을 현장에 급파했다. 수색팀이 바위를 타고 내려가 물체를 확인한 결과 길이 130㎝, 폭 60㎝ 크기의 문짝으로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군 관계자는 “물체가 가벼워서 날아다니다가 교묘한 각도로 암벽 사이에 자리 잡아 신고한 사람도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웠다”면서 “신고자가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보면 비행체로 오인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이 이날 무인기 추정 비행체 신고 연락을 받고 수색에 나선 사실을 공개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 지난달 6일 강원도 삼척에서 무인기가 발견된 이후 무인기 관련 신고는 82차례 있었지만 이번처럼 즉각 공개한 적은 없었다. 특히 군 정보당국 고위관계자까지 나서 오전 일찍 언론에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를 발견해 확인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합참 관계자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를 발견해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군 당국이 청계산에 버려진 부서진 문짝을 확인도 하기 전에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라고 밝힌 것은 해외 토픽감”이라며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 당국의 신중한 처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최근에는 대변인이 나서 북한에 대해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성토하는 등 ‘안보장사’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방부의 대북 과민반응이 북한을 자극해 남북관계만 경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최근 국방부의 일련의 행태를 보면 안보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