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시아 ‘우주서도 新냉전’
입력 2014-05-15 02:37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이 우주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러시아는 2020년 이후 미국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사용을 거부하고, 미국이 러시아산 로켓 엔진을 군사위성에 사용하는 것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기업과 관리들을 향한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조치를 밝히고 “ISS의 러시아 측 구역은 미국 없이도 버틸 수 있지만 미국 측 구역은 러시아의 지원 없이는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탈냉전의 상징인 ISS의 공동 운영을 끝내려고 한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ISS는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 참여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로 각국이 돌아가면서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유지·보수와 과학실험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우주왕복선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우주비행사들을 ISS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이용해 왔다.
러시아가 대미 공급 중단을 선언한 로켓 엔진 NK-33과 RD-180도 미국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기술이다. 특히 RD-180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합작해 설립한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의 ‘아틀라스5’ 로켓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렉싱턴 연구소의 분석가 로렌 톰슨은 “현재 미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발사체는 러시아 엔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미국의 ISS 사용을 금지하면서 중국이 반사 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FT는 “러시아가 이번 조치를 재고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ISS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중국은 주로 미국의 반대로 ISS에 참여하지 못해 독자적으로 2020년까지 새 우주정거장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