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서부 마니사주에서 13일(현지시간) 발생한 탄광 폭발사고는 광부들이 교대하는 시간에 일어나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참사 수준으로 커졌다. 평소 탄광 내 작업자는 200~300명이지만 사고 당시엔 광부 787명이 한꺼번에 몰려 있었다. 불과 2주 전에 야당이 이 탄광에 대한 안전조사를 요청한 것을 집권당이 부결시킨 것으로 드러나 8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14일 오후까지 당국이 파악한 사상자 수는 사망자 238명, 부상자 80여명이다. 여전히 120여명이 무너져 내린 탄광 안에 갇혀 생사 확인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부 장관은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 중독이 주요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터키 재난대책본부는 검은 연기로 뒤덮인 현장에 구조대원 400명 정도와 구조헬기 1대, 구급차 26대, 소방차 수십대, 굴착기 등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갇힌 광부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산소를 투입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그러나 구조작업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미 탄광 안에 유독가스가 가득 들어차 있고, 탄광 내부에 화재가 계속되고 있어 구조작업에도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에 나섰던 소방대원 일부도 연기를 마셔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을드즈 장관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탄광 내부 구조작업에 대한 우리의 희망이 서서히 사그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날이 밝기 전에 구출 작업을 마무리해야만 한다”며 “우리의 고통과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국은 폭발이 탄광 입구로부터 2㎞ 정도 안쪽 지점에 있던 전력 공급 장치에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매몰된 광부 중 대부분은 지하 2㎞, 탄광 입구로부터 4㎞ 떨어진 지점에 갇힌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지하 420븖 지점에서 작업을 벌이다 갇혔는데 전기가 나가면서 리프트가 작동이 안 돼 탈출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교대 시간으로 인해 탄광 안에 있던 인원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아 혼란을 키웠다. 현지 지방정부와 언론은 사고 초기 탄광 안에 200~300명 정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정부가 작업 인원이 기존 발표보다 배 이상 많다고 바로 잡는 일도 벌어졌다.
터키 노동사회안보부는 이 탄광이 지난 3월 17일 마지막으로 점검 받았을 당시만 해도 안전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야당인 공화민주당(CHP)이 지난달 29일 이 탄광에 대한 안전조사를 요구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이를 부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마니사주에 지역구를 둔 AKP 소속 무자페르 유르타시 의원은 당시 야당 측 우려에 대해 “터키의 탄광 시설은 외국보다 안전하다”며 안전 경고를 정치 공세로 깎아내렸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정부를 향한 사고 책임론이 불거지자 에르도안 총리는 인명 구조 등 사태 수습에 애쓰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알바니아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사고 지역을 찾아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며 애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광부 780여명 몰린 교대시간에 “꽝” 희생 커졌다… 터키 탄광 폭발 참사
입력 2014-05-15 03:31 수정 2014-05-15 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