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 주연 송승헌 “금지된 사랑·노출… 제가 달라졌습니다”
입력 2014-05-15 02:29
배우 송승헌(38)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6월이었다. 송승헌이 MBC 수목극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호연을 펼쳐 시청자들의 좋은 평가를 받던 시기였다. 당시 인터뷰에서 송승헌은 변화에 목말라하는 모습이었다. “내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비주얼(외모) 때문에 연기가 안 보인다는 평가를 듣는 게 싫다” “반듯하고 착해 보이는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다”….
송승헌의 이런 연기 열정은 14일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에서 그대로 느껴진다. 영화가 개봉한 이날 서울 종로구 북촌로 한 카페에서 송승헌을 다시 만났다. 그는 “영화를 보신 관객들이 ‘이제 송승헌이 배우로 보인다’는 말씀을 해주셨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기존 제가 맡았던 배역들은 비슷한 느낌이 있었죠. 바르고 착하기만 한 주인공. 하지만 ‘인간중독’에서 맡은 인물은 금지된 사랑을 사수하기 위해 가진 모든 걸 내려놓는 캐릭터잖아요? 거기다 이전엔 시도하지 않은 노출도 감행했고요. 관객들이 이런 시도들을 좋게 봐주셨으면 해요.”
‘인간중독’은 ‘음란서생’(2006) ‘방자전’(2010)에서 감각적인 연출력을 보여준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의 배경은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69년. 송승헌은 베트남전 영웅인 김진평 대령 역을 연기했다. 진평은 한국으로 금의환향해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교육대장을 맡는다. 사려 깊고 능력 있는 엘리트 군인이다. 그의 곁엔 살뜰한 성격의 부인 이숙진(조여정)까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진평은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에게 마음을 뺏기고 만다. 진평과 가흔은 서로에게 반해 ‘중독’과도 같은 치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영화 속 러브스토리는 불륜이잖아요? 하지만 이런 사랑을 안타깝게,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그려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어요. 감독님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신 뒤 ‘코끝이 찡했다’ ‘정말 감동이었다’라고 말씀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송승헌은 1996년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MBC)으로 데뷔하자마자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상급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멋있게 늙어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과거엔 선배님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스타가 아니라 배우가 돼야한다.’ 어릴 땐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40대를 앞두고 이제 실감이 가요. 환갑이 지나서도 멋있다는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과거보단 여유도 생긴 편이에요. ‘인간중독’을 촬영할 땐 진평 역을 저보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연기했어요.”
‘인간중독’ 촬영이 끝나자 송승헌에겐 작은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이전까진 출연 요청조차 없었던 배역인 악역을 맡아달라는 영화사의 제의가 끊이지 않는 것. 그는 “배우로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내 모습을 많은 분들이 눈여겨 봐주시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