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질주본능 바다를 가른다… 제주관광공사 ‘승마체험 프로그램’ 선보여
입력 2014-05-15 02:09
히이이잉∼ 철퍽 철퍽…
흑갈색 말갈기와 말꼬리를 곧추세운 한라마 두 마리가 제주도 서귀포시의 신양섭지코지해변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기 시작한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앞발이 모래사장을 박찰 때마다 한라마의 강인한 가슴근육이 꿈틀댄다. 이어 햇살에 물든 황금빛 모래먼지가 물보라처럼 흩어진다 .
기수의 심장박동이 한라마의 거친 숨소리와 일치하는 순간 박차가 가해진다. 질주본능에 충실한 한라마가 순식간에 방향을 튼다. 그리고 바닷물이 고여 있는 해변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다. 하얀 물보라가 튀어 올라 진주알처럼 흩어진다. 나르시스처럼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흥분한 한라마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진다. 한라마와 한몸이 된 듯 말고삐를 움켜진 기수의 숨소리도 환희로 가빠진다.
갑오년 ‘말의 해’를 맞아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대학교 말산업 육성사업단이 공동으로 ‘로하스 마이스 승마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로하스(LOHAS)는 ‘Lifestyle Of Health And Substantiality’의 약자로 건강한 삶과 환경보존을 동시에 추구하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마이스(MICE)는 ‘Meeting, Incentive travel, Convention and Exhibition’의 약자로 기업회의·인센티브 관광·국제회의·전시 등 대규모 관광객 유치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마이스 관광객과 승마 프로그램을 연계해 6차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말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이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이번에 선보인 승마 프로그램은 반나절과 2박3일 일정으로 구성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승마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15분 정도 교육을 받으면 가이드와 함께 외승(外乘) 승마도 도전해 볼 수 있다. 외승은 승마장을 벗어나 산과 들, 그리고 해변 등 대자연에서 말을 달리는 것을 말한다. 말과 교감하며 심신을 치유하는 ‘말과 함께하는 힐링’, 승마체험과 제주농촌체험을 곁들인 ‘말타멍 귤따멍’이 대표적인 반나절 프로그램이다.
푸른 초원을 천천히 달리는 외승승마는 초보자도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도전해 볼 수 있다. 승마장에서는 리더라고 부르는 조련사가 고삐를 쥐고 말과 함께 걷거나 뛰며 속도를 조절한다. 리더가 말을 컨트롤하고 체험객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 리더의 도움을 받아 말 잔등 위에 올라 첫 걸음을 내디딜 때는 말의 걸음과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몸을 리드미컬하게 동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승마장을 몇 바퀴 돌며 말과 어느 정도 호흡을 맞추면 리더가 탄 말을 따라 외승승마에 나선다. 앞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는 있지만 언제 말이 뛰어나갈지 몰라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말은 큰 눈망울만큼 순하고 겁이 많은 동물이라 함부로 질주본능을 뽐내지는 않는다. 특히 외승승마에 나서는 말들의 80%는 과거 경주마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어 당황하지만 않으면 자동차를 운전하듯 다루기가 수월하다.
제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말과 함께 하는 곶자왈’은 승마체험과 생태관광을 겸한 힐링 프로그램이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수풀이 우거진 곳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진 제주 고유어로 나무·덩굴식물·암석 등이 뒤섞인 수풀을 말한다. 제주도에만 있는 독특한 화산지형으로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은 한경∼안덕, 애월, 조천∼함덕, 구좌∼성산 등 여러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레저승마의 꽃’으로 불리는 외승승마와 함께 승마장 인근에 위치한 오름에 올라 피크닉을 즐기는 ‘승마피크닉’도 체험객들을 유혹하는 이색 승마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에 말산업 특구로 지정된 제주도의 승마장은 53곳으로 대부분 중산간의 오름 주변 초원에 위치해 외승승마와 승마피크닉을 체험하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말타멍 힐링캠프’와 ‘말타고 삼다도라’는 인센티브 단체관광객을 위한 2박3일 프로그램으로 승마체험, 생태체험, 제주농촌체험 등이 결합된 상품이다. 계절에 따라 귤따기 체험, 해녀체험, 재래시장투어도 곁들여져 자동차가 아닌 승마로 제주도 속살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제주도의 해안선을 따라 한바퀴 도는 올레길과 최근에 개발된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A·B코스도 둘러볼 수 있어 이색적이다.
승마 마니아들에게는 세 가지 로망이 있다. 첫 번째는 몽골이나 제주도의 광활한 초원에서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해변을 달리는 것이다. 마지막 로망은 경마장의 기수처럼 질주하는 것이지만 초보자로서는 언감생심. 그렇다면 외승승마를 경험한 초보자가 꿈꿀 수 있는 로망은 육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해변승마이다.
해변승마는 신양섭지코지해변과 표선해수욕장, 광치기해변 등에서 경험할 수 있다. 말은 해변에서는 시야가 확 트인 데다 장애물이 없어 질주본능에 충실하다. 두려워할 건 없다. 모래해변에 발이 푹푹 빠져 말이 시속 20㎞ 이상으로는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낙마를 하더라도 사고 위험성이 적어 최근 동호회를 중심으로 해변승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해변승마의 장점은 정해진 코스가 없어 마음대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질주하는 말의 거친 숨소리와 바닷물을 튀기는 말발굽 소리로 인해 속도감과 스릴이 배가 된다는 점이다. 제주도의 푸른 초원과 하얀 해변은 로하스를 추구하는 마이스 참가자에게 이색적인 승마 체험장으로 손색이 없다.
‘말과 함께하는 힐링’ ‘승마피크닉’ ‘말타고 삼다도라’는 제주팡투어(064-721-7840)에서 진행하고, ‘말타멍 귤따멍’ ‘말과 함께하는 곶자왈’ ‘말타멍 힐링캠프’는 유앤아이제주(064-805-9888)에서 예약을 받는다. 해변승마의 감동을 맛보려면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한 OK승마장(064-787-3066)을 찾으면 된다.
제주도=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