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영방송 KBS, 안팎의 난제 어찌 극복할 텐가
입력 2014-05-15 02:31
노사 협력해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태어나길
내로라하는 선진국 치고 공영방송이 국민들에게 걱정을 안기는 나라는 없다. 일전에 일본의 NHK 회장 등이 아베 총리의 뜻대로 인선돼 잠시 말썽을 일으켰지만 이후 잠잠하다. BBC는 영국민들의 자존심과도 같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확실한 독립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KBS(한국방송)도 제발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TV수상기만 보유하면 KBS를 보든 안 보든 관계없이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받는 수신료는 사실상 준조세다. 상당 부분 혈세로 운영되는 방송사가 잊을만하면 조직 내부 문제로 안팎의 시선을 끄는 것은 문제다.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툭하면 외부세계로 드러내는 집단이 과연 공영방송의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찌 된 조직이기에 물러나는 보도국장이 사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동반사퇴를 주장하는가.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의 독립성을 침해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 보도국장은 그 일이 발생했을 당시 당당히 사장에게 맞서는 것이 기자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 것이다. 자리를 떠나면서 뒤늦게 항의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지 않는가.
이번에도 문제가 불거졌지만 그동안 한국방송은 적지 않은 고질을 안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썩은 고름이 밖으로 터져 나왔을 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 임명되는 사장이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단적으로 이를 증명한다. 입만 열면 외치는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그들만의 방송일 뿐이다.
공사인 KBS는 전체 정규직 직원만 4800여명에다 직원 한 사람당 평균 연봉은 무려 1억원을 넘는다. 국내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공기업 부채가 모두 합해 500조원을 넘는 현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에는 아예 귀를 막고 있다. 하는 일 없이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어서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로 지적받지만 백년하청이 된 지 오래다. 이러고도 수신료를 60%나 올려 달라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국가기간방송으로 각종 재난보도 등에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또 해외동포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방송에도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한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은 수신료를 면제해 주고 난시청 지역 주민들에게는 무료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보도 독립성을 의심케 하는 이번 사태는 이 같은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
지역이나 이념 간 갈등이 좀체 줄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공영방송은 잘만 운영되면 국민통합의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국민들이 기꺼이 KBS에 수신료를 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비가 온 뒤 땅은 더욱 굳는다는 말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구성원이 합심 협력해 더욱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