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원들이 안행부 장관을 눈물로 질타한 까닭

입력 2014-05-15 02:21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세월호 침몰사고 현안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분노와 눈물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질타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온 국민의 격한 감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의원들은 ‘정치인도 공범’이라는 비판을 의식하면서도 인명 구조 컨트롤타워였던 강 장관의 보고를 들으면서 울분을 터뜨린 것이다.

새누리당 중진이자 친박계인 서청원 의원은 강 장관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으며, 비주류인 이재오 의원은 ‘부패정부, 눈치정부’라며 야당 의원들보다 더 높은 수위로 정부의 무능을 질책했다. 여성인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김현 의원은 질의 도중 눈물을 흘리거나 울먹였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국민들이 입은 상처가 워낙 커 민심수습이 쉽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 중에 발표할 대국민 담화에 국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런 분위기와 직결돼 있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 실효성 있는 정부쇄신과 국민안전 대책을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이런 국민적 요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담화의 경우 일방적 발표가 아닌 기자회견 형식을 취해 국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옳겠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대통령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사태 수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조직 쇄신과 관료 마피아 척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만큼 추진 의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의 전면 개편 일정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다만 안전대책의 경우 서두르면 졸속이 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사실 사고수습에 책임이 있고, 곧 그만둘 청와대 수석 및 장관들과 안전대책을 논의한 것 자체가 난센스다.

문제는 20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다. 만에 하나 선거를 의식해 면피용 담화를 내놓을 경우 엄청난 비판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방선거에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게 좋겠다. 국민들에게 이토록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놓고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것은 코미디다. 안전행정위 회의에서 “지방선거가 목전이지만 국민들에게 표 달라고 외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 서 의원의 발언은 정직한 표현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여야 공동책임론 운운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한심하게 비칠 것이다. 새누리당 사무처의 외신기자간담회에서 길정우 의원은 “세월호 사태는 특별히 박근혜정부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 여권은 지금부터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묵묵히 사태수습을 할 때만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