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시지탄 삼성전자 백혈병 보상 결정
입력 2014-05-15 02:11
삼성전자가 어제 백혈병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백혈병 문제는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황유미(당시 23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그해 6월 황씨 아버지가 산업재해 유족급여를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작업환경과 백혈병 발병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조사결과들을 들이대며 사과와 공식 보상을 거부해 왔다.
삼성전자가 백혈병 문제에 전향적으로 돌아선 것은 법원 판결을 비롯한 외부의 비판 여론이 부담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법원은 2011년 황씨 등 삼성전자 근로자 2명에 대해 백혈병과 반도체 제조공정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2009년 숨진 김경미(당시 29세)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올해 초 황씨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되면서 사회 여론을 환기시킨 것도 영향을 미쳤을 터다.
삼성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는 160명이고 이 가운데 60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현재 10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소송 당사자 14명 중 7명은 이미 숨졌다. 삼성전자는 아직도 백혈병과 작업환경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회사를 위해 일하다 숨진 직원들과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살피는 게 글로벌 기업의 책무다.
삼성전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를 구성하고 보상기준과 대상 등을 여기에서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한 만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를 강화하고 직업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 또한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반도체나 LCD를 잘 만들어 세계 1위가 되는 것보다 직원들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7년을 끌어온 백혈병 문제가 더 이상 글로벌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