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목사의 시편] 주님밖에 없다

입력 2014-05-15 02:39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께서는 300여명의 영혼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고 얼마나 비통해하며 통곡하실까. 당신의 형상대로 지어 중대한 사명을 주고 소중한 삶을 살도록 이 땅에 보내시고 그 열매를 기다리시던 주님께서 인간의 탐욕과 사악함, 무책임과 안일, 교만과 핑계와 횡포 때문에 졸지에 그 귀한 생명을 잃어버리시고 얼마나 침통해 하실까. 잠시만 눈을 감고 묵상해도 슬퍼하시는 주님의 얼굴과 애통하심이 가슴 가득 몰려와 터질 것만 같다.

사지에서 살아난 기쁨과 감격보다 함께 죽지 못하고 돌아온 것을 미안해하며 괴로워하는 저들을 보시는 주님, 아들 딸 살아 온 것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림도 잠시뿐 도리어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고 미안해하는 가족들을 바라보시는 주님, 사랑하는 아들과 딸, 그리고 형제자매를 졸지에 잃고 비통해하는 저들과 함께 침울해하며 괴로워하는 안산 시민들의 모습을 바라보시는 주님, 무너지는 억장을 안고 자책하며 슬퍼하는 국민과 모든 공직자, ‘내가 죽어야지 왜 저들이 죽어야 하느냐’고 울부짖는 안산의 성도들과 한국교회 성도들의 기도를 듣고 계실 주님을 생각하면 무엇이라 표현할 말도, 글도 없다. 단지 꽁꽁 얼어붙은 얼음기둥처럼 선 채로 소리 없는 외마디를 주님께 부르짖을 뿐이다. ‘주님! 용서하여 주십시오. 주님! 주님께서 위로하여 주시고 회복시켜 주십시오.’

함께 등하교하며 우정을 나누던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 104명이 한꺼번에 사라진 고잔1동 마을은 지금 어떨까. 텅 빈 교실의 단원고 교정은 어떨까. 마음대로 울지도 못하고 말을 꺼내기도 힘들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는 학교 친구들과 교사들을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져 내림보다, 땅이 갈라지고 꺼짐보다 더한 공포와 두려움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너희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하셨다. 함께 울려고 갔지만 너무나 참담한 심정에 눈물마저 나오지 않았다. 눈물샘 자체가 얼어붙었나 보다.

이제 우리는 기도해야 한다. 애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부르짖어야 한다. 석고처럼 굳어지고 거북등처럼 갈라진 우리의 심정과 갈기갈기 찢어진 영혼의 모습을 주님 앞에 내려놓고 목이 터져라 가슴을 치며 잿더미에 앉아 통곡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도밖에 없고 기도는 이 모든 것을 이기게 하는 마지막 영적 병기이기 때문이다.

저들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회복시켜 달라고, 우리를 살려 달라고, 안산을 고치셔서 생명의 도시, 사랑의 도시, 활력 있는 도시, 꿈과 희망의 도시, 미래를 이야기하는 도시가 되게 해 달라고, 한국교회를 정하고 거룩하게 하여 주님 주신 사명을 더욱 잘 감당하게 해 달라고, 대한민국을 긍휼히 여겨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참으로 땅에서도 하늘에서도 바다에서도 주님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수원중앙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