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후 탈출 나이지리아 여학생 증언 "교사들, 학생 버려둔 채 도망쳤다"
입력 2014-05-14 04:34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나이지리아 여학교를 습격했을 때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달아나지 말라”고 한 뒤 문을 잠그고 정작 자신들은 도망쳤다는 증언이 나왔다.
보코하람에 납치됐다가 탈출한 여학생 고디야 사이먼은 11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날 밤 학교 기숙사 방에서 자다가 총소리를 들었다”며 “우리는 놀라서 밖으로 나가 앉아 있었는데 선생님들은 우리를 학교에 내버려둔 채 도망갔다”고 말했다.
고디야의 아버지 월사 사이먼은 “총소리가 났을 때 교사들은 여학생들과 함께 있었지만 일부 교사는 도주했다”며 “남아 있던 교사들이 ‘달아나지 말라’고 했고, 교사 중 한 명이 문을 잠가 학생들이 탈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보코하람으로부터 탈출한 여학생들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납치 후 강제로 트럭에 태워졌던 이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트럭에서 빠져나와 마을로 돌아왔다.
소녀들은 “(트럭을 타고) 갈 바엔 죽겠다는 생각으로 수풀 속으로 뛰었다”며 “달리고 또 달렸다”고 말했다. 한 소녀는 이 경험을 길고 위험한 여정으로 묘사했다.
납치범들이 뭘 입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두렵다”고 대답했다. 이 학생은 학교가 다시 문을 열더라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코하람은 지난달 14일 밤 나이지리아 동북부 보르노주 치복시의 치복공립중학교를 급습해 기숙사에 있던 여학생 276명을 납치했다. 보코하람이 12일 AFP통신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 등장한 소녀는 136명이었다.
보코하람의 지도자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이 영상에서 “당신네 감옥에 갇힌 우리 형제들을 석방하기 전까지는 개종을 거부한 여학생들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포로 교환을 요구했다.
아바 모로 나이지리아 내무장관은 영상 공개 직후 기자회견에서 “보코하람은 제안을 할 도덕적 위치에 있지 않다”며 “국가를 상대로 무장한 자들과 함께 있는 무고한 시민들을 맞바꾸는 선택지는 (논의) 테이블 위에 없다”고 말했다. 포로 교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미국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역시 납치범들이 범죄 행위로 배상이나 양보를 비롯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감시와 정보 수집을 위한 유인 정찰기를 나이지리아에 배치하고 상업 위성 영상을 나이지리아 정부와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무인기 투입도 고민 중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여학생 납치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서아프리카 안보 정상회의에 미국과 영국을 초청했다.
굿럭 조너선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납치 사건이 벌어진 보르노를 비롯해 오베, 아마다와 등 동북부 3개주에 선포된 비상사태를 6개월 더 연장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지난해 5월 14일 처음 선포된 비상사태는 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한 차례 연장돼 14일로 만 1년이 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