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기관실 선원들 다친 조리원 보고도 버리고 탈출
입력 2014-05-14 03:33
세월호 침몰 당시 가장 먼저 구조된 선원들이 부상당한 서비스직 승무원들을 발견하고도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배를 탈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3일 “세월호 기관실 선원 4명이 부상당한 조리원 2명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사고 당시 기관실 선원 7명은 세월호 3층 통로에서 승객보다 먼저 해양경찰 경비정에 구조됐다. 이들 중 최소 4명 이상은 세월호를 탈출하기 직전 남성과 여성 조리원 2명이 3층 기관부 선원침실 앞 통로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조리원들은 배가 기울면서 통로로 굴러 떨어져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다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관실 선원들은 조리원들을 위한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기관실 선원들은 3층 통로에서 30여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기하다가 오전 9시35분쯤 배에서 탈출했다. 마음만 먹었다면 조리원을 구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구조된 후에도 부상당한 조리원들이 3층 통로에 있다는 사실을 해경에 알리지 않았다. 조리원 2명은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합수부는 이런 정황 등을 근거로 구조된 기관실 선원들에게 부작위(不作爲·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어느 시점부터 범의를 가졌는지 등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리원들이 당시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다면 기관실 선원들 입장에서는 본인의 탈출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을 수 있다”며 “이를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