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 다 놓친 安… 개혁공천 좌절 지분싸움 논란 후폭풍

입력 2014-05-14 03:20


새정치민주연합이 13일 6·4지방선거에 나설 지역별 단수 추천 후보 및 경선 방식을 확정하며 공천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그러나 막판까지 안철수(얼굴) 공동대표 측과 민주당 출신 사이에 지분싸움이 벌어졌고, ‘국민에게 줄서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던 개혁공천은 실패했다. 호랑이굴에 들어간 안 대표가 존재감을 발휘하기는커녕 굴 속에 갇혀버린 형국이다. 안 대표 스스로 실리와 명분을 다 놓치며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날 ‘100% 공론조사 선거인단 투표’로 실시된 전북도지사 경선에서도 송하진 전 전주시장이 426표(53.72%)를 얻어 친안(親安) 인사인 강봉균 전 의원(184표·23.2%)을 큰 표차로 제쳤다. 안 대표 측 광역시도지사 후보는 전멸했고, 눈에 띌 만한 기초단체장 배출 가능성도 거의 없다.

안 대표는 지난달 11일 기초선거 무공천을 철회하는 대신 강력한 개혁공천을 내걸었다. 안 대표 측 인사 또는 정치 신인을 대거 등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뒤 안 대표의 손에 쥐어진 것은 윤장현 후보의 광주시장 전략공천과 지분싸움 후폭풍뿐이다.

안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당 창당 정신이 공천 과정에서 발휘되지 않았다”며 “윤 후보조차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들과 본선을 치러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욕은 욕대로 먹고 실리를 못 챙겼다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현역 구청장 19명 가운데 20% 이상 교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고재득 성동구청장(불출마), 문충실 동작구청장(자격심사 탈락)을 제외하고는 현역 물갈이가 없었다. 안 대표 측이 전략공천이나 단수 추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지역도 결국 경선을 치른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개혁공천이 좀 퇴색했다”며 “합리적 경선을 통해 당원들이 개혁공천의 의미를 잘 살려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합리적 경선이 개혁공천 의미를 살려주진 않는다. 안 대표의 개혁공천 실패는 주변 인재풀의 한계가 다시 드러난 측면도 있다.

안심(安心·안철수 의중) 논란 등 개혁공천에 대한 반발을 제대로 돌파하지 못해 명분도 많이 잃었다. 당 관계자는 “개혁공천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광주 전략공천 반발에 깜짝 놀라 그냥 주저앉고 말았다”며 “역습의 빌미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일부 의원이 안 대표를 향해 “당을 떠나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서 “(안 대표) 본인은 그렇지 않지만 주변 인사들은 몫을 챙기려 하고 안 대표 뜻처럼 위장하다가 갈등만 키웠다”며 “안 대표는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