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주의株 돼도 GO!… ‘개미지옥’ 이유 있네

입력 2014-05-14 02:02


“왜 개미만 죽을 쑬까?” 주식시장의 영원한 난제는 개인 투자자의 손실과 이를 토대로 한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수익이다. 반복되는 수익과 손실 구조를 판가름하는 요소는 ‘정보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해 CJ E&M의 실적 악화와 관련된 미공개 기업정보를 유출, 기관의 손실을 회피토록 한 애널리스트들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주식을 사라고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속절없이 당한 개미들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관련자들을 검찰 고발하자 “이번에도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데 과연 개미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에만 당했을까? 사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에 널리 공개되는 정보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더욱 큰 피해를 자초하고 있다. 13일 한국증권학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투자주의 환기 제도’에 대해서도 개인의 손실 회피 활용도는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낮은 상태다.

거래소와 한국외대 경영학부로 구성된 연구진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84개 종목의 주가동향을 분석한 결과 이 종목들은 지정일 당일과 다음 날 2거래일 동안 누적초과수익률이 -13.66%를 기록했다. 지정일 직전 약 50일부터 따진 누적초과수익률은 약 -25%에 달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되면 해당 기업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지정 이전부터 수익률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개미들의 필패(必敗) 수순이 재연됐다는 점이다. 기관·외국인은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60일 이전부터 물량을 내던지며 손실을 회피했지만, 개인 투자자는 주가가 떨어지는 해당 종목들에 대해 순매수를 지속하며 판이하게 반응했다. 문제성 있는 종목이라는 것이 시장에 선명히 공표된 상황이지만, 개인은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60일 이후에 지정 60일 이전에 비해 오히려 순매수 비율을 2% 포인트가량 높이기까지 했다. 같은 기간 각각 1% 포인트, 0.5% 포인트가량 낮춘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대조적이다.

위험 신호를 애써 무시하는 개인 투자자의 비합리적 매매 행태가 재차 드러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특정 종목이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되려면 부채비율 급상승, 불성실공시, 사업보고서 미제출 등 위험 신호가 다분하다. 거래소가 투자자들의 유의 필요성을 결론짓기 전부터 기관·외국인은 해당 종목이 위험하다는 낌새를 알아채 주도적으로 매도했고, 반면 추세역행 거래를 ‘즐기는(?)’ 개인은 떨어지는 주식을 기계적으로 사들였다는 얘기가 된다.

연구진은 정보 열위에 처한 개인 투자자를 위한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뒤에도 거래소가 해당 기업의 재무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공시하는 방안, 위험 기업의 공시 대상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보 제공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견 당연한 결론이지만, 무엇보다 먼저 투자자 스스로가 시장이 내보내는 경고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 김은미 책임연구원은 “일부 개인은 보유한 주식이 상장폐지 위험에 처하더라도 ‘이 시점만 극복하면 오히려 더 큰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위험을 간과한다”며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정보 제공량을 늘려도 항상 피해를 보는 주체가 개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Key Word : 투자주의 환기종목 제도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부실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찾아내 공표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사전에 위험을 인식토록 하는 제도. 코스닥시장 건전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됐다. 매년 5월 최초 매매일에 지정·해제 여부가 발표된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상장사에 최대주주 변경 등으로 경영권 변동이 생길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