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병언 패밀리 버티는 것 가증스럽지만

입력 2014-05-14 03:10

세월호 침몰의 진상·책임규명에 소홀함 없어야

침몰한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초법적 행태가 볼썽사납다. 유 전 회장은 300여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고에 가장 책임이 큰 당사자다. 검찰 수사 결과 세월호 침몰은 무리한 증축으로 인한 복원력 상실과 과적, 부실한 고박 등이 원인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 전 회장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부족할 판인데 법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우롱하고 있으니 가증스럽다.

검찰은 유 전 회장에게 16일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또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소환에 불응하자 어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구인에 나섰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를 부실 경영하면서 계열사들의 돈 수백억원을 배임·횡령하고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그제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을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당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차남 혁기씨와 장녀 섬나씨 등에게도 세 차례 출석을 통보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유 전 회장 측은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산인지 모르겠으나 오산이다. 생때같은 자식들을 잃은 유가족이나 아직 시신도 못 찾고 진도 팽목항에서 울부짖는 실종자 가족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검찰 소환에 응하고 죄가 있으면 벌을 받는 게 인간 된 도리다. 유 전 회장의 회사 직원과 기독교복음침례회(유병언 구원파) 신도 500여명은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무엇을 감추려고 마녀사냥을 하느냐’ ‘종교탄압 온 세계가 알고 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유 전 회장 일가와 측근, 그리고 비호세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유 전 회장은 1997년 세모그룹 부도로 금융권에 2245억원의 피해를 입히고도 2년 만에 청해진해운을 설립하며 재기했다. 청해진해운은 인천∼제주 여객선 운행을 독점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막강한 비호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채규정 전 전북 부지사를 정치권 인사 중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했지만 그뿐이 아닐 것이다. 과거 오대양 사건과 한강유람선 사고 당시 유 전 회장을 둘러싼 권력층과의 유착을 뿌리뽑았다면 세월호 참사는 비켜갔을 것이다. 검찰은 법의 준엄함을 보여줘야 한다. 유 전 회장 일가와 정관계 유착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는 게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하지만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금융·세무 당국의 소나기식 조사가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 및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거센 요구를 감안한 국면전환용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낸 청해진해운과 승객들을 놔두고 도망간 세월호 선장, 선원들도 문제지만 국민들은 두 시간이나 수백명이 수장되는데 아무것도 못했던 정부에 가장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굴비 엮듯 유 전 회장 일가와 측근들을 감옥에 잡아넣는다고 국민 분노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