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4지방선거, 조용한 정책선거 계기로 삼자

입력 2014-05-14 02:41

6·4지방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17개 광역단체장 대진표를 확정짓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를 구축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충격으로 선거 연기론까지 제기됐으나 예정대로 치르게 됐다. 아직도 온 나라가 어수선하지만 그것 때문에 국가 대사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민주국가에서 선거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축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결코 축제가 될 수 없다. 나라 체면과 국민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한 대형 참사를 당했으니 정당이나 입후보자는 말할 것도 없고 유권자들도 웃고 떠들 수가 없다. 이 때문에 투표율이 역대 가장 낮은 선거가 될 것이란 불길한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자신의 대변자를 뽑는 행사를 외면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선거를 조용하게 치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이번엔 운동원들이 로고송에 맞춰 율동하는 모습은 보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을 줄이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구태의연한 행태를 보이는 후보자의 경우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선거를 실천하겠다며 네거티브 없는 선거, 유세차 없는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선거 붐이 일지 않아 무관심이 지속될 경우 유권자들이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 공약에조차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선거는 선택이며, 선택은 충분한 자료를 토대로 해야 한다. 공약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경우 묻지마식 투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후보의 능력과 정책에 관계없이 영남에선 새누리당, 호남에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무조건 찍는 것은 최악이다.

지방선거에서 뽑는 단체장과 의원은 주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다.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그들이 당선 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꼼꼼히 따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책선거를 강조하는 이유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 주요 정당들이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난 지 한 달 가까이 돼 가면서 상대 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집권 새누리당은 정부와 함께 머리 숙여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과거 적폐’ 운운하며 내 탓임을 부정하는 듯한 언행은 유권자들로부터 호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새정치연합 역시 겸허한 자세로 사태 수습에 협력해야 한다. 국민 분노에 편승해 정부를 막무가내 비난하는 것은 선거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다.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정체 혹은 하락 추세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