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비부실 때문에 통영함 전력화 지연됐다니

입력 2014-05-14 02:31

최첨단 구조함인 통영함에 탑재된 수중무인탐사기(ROV)와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가 전투 부적합 판정을 받아 수개월째 실전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ROV와 HMS를 바로 우리 방위사업청과 해군이 구입했기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고 있다고 한다. 핵심 장비를 제대로 선정하지 못해 대형 구조함이 낮잠 자고 있는 한심한 현실을 도대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함정 건조 업체인 대우조선해양에 핵심 장비 개발이나 구매를 맡길 경우 전력화 시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방사청이 고심 끝에 미국 업체가 제작한 ROV와 HMS를 구입했다고 한다. 2009년 시험평가 결과 거의 모든 항목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이 장비가 지난해 12월 해군의 평가에서 갑자기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유가 도대체 뭔지 군은 제대로 밝혀야 한다.

이뿐 아니라 유사시 실전에 투입될 대형 구조함이 시험평가에서 부실 판정을 받았다면 즉각 새 장비를 들여오든지 보수하는 것이 상식이다. 방사청과 해군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장비를 놔둔 채 지금까지 어디서 뭘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통영함이 적절하게 유지 보수됐더라면 세월호 참사 현장에 즉각 투입돼 구조에 기여할 수도 있었겠다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통영함을 조속히 인수해 가라는 대우조선해양 측과 장비성능을 개선한 뒤 인수하겠다는 방사청이 신경전도 펴고 있다. 통영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조달한 장비 문제이기 때문에 일단 인수해 간 뒤 전력화 훈련을 하라는 것이 대우조선해양 측 입장이다. 방사청은 올 9월 통영함을 넘겨받는다는 입장이지만 분쟁의 소지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해상사고가 예고 없이 발생하는 것처럼 북한과의 크고 작은 국지전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다. 특히 한반도의 화약고나 다름없는 서해 바다에서는 수시로 북한 함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나들고 있는 현실을 군도 잘 알 것이다. 하루 속히 장비를 제대로 갖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늠름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