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총선 야당 압승… 모디, 차기 총리 유력

입력 2014-05-14 02:43

제1야당 인도국민당(BJP)의 총리 후보인 나렌드라 모디(63)가 인도의 차기 총리가 될 것이 유력하다고 인디아투데이 등 현지 언론이 13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전날 종료된 인도 총선 직후 출구조사에서 BJP가 이끄는 정당연합인 국민민주연합(NDA)이 연방하원 543석 가운데 과반(272석)을 확보할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모디 웨이브(Modi Wave)’는 예상보다 강했다. 현지에선 모디의 인기를 이렇게 부른다.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BJP는 최대 19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여러 출구조사에서 야당 정당연합이 최대 289석까지 가져가 BJP는 그중 249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BJP는 34년 정당 역사에서 182석이 종전 최다였다. 반면 집권 여당인 국민회의당(INC)은 78석으로 쪼그라들어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공식 개표결과는 16일 발표된다.

야당의 압승과 모디의 급부상은 인도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다. 작게는 10년 만의 정권 교체란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1947년 독립 이후 67년간 인도의 현대정치사를 주름잡아온 네루-간디 가문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의 외증손자인 라울 간디(43) INC 부총재는 지난 10년간 집권 여당에 대한 각종 부패와 경제성장 둔화로 민심이 돌아서면서 모디를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도가 모디를 선택한 것은 변화 열망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젊은층과 여성들이 대거 투표소를 찾은 게 한몫했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 잠정 투표율은 66.38%로 84년 총선 때 기록된 역대 최고치 64.01%를 뛰어넘었다.

차(茶) 장사를 하는 하위계층 부모에게서 태어나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州)에서 지사만 3차례 연임하는 등 모디가 ‘입지전적인 인물’이란 점도 민심의 변화 열망을 충족시켜주는 요인이었다. 2001년 지사로 취임해 14년간 구자라트주의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13.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인도 전체 성장률(7.8%)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NYT는 “인도 국민들은 인도 전체가 구자라트주처럼 발전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이날 뭄바이 증시는 2.4% 상승했고,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도 9개월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힌두 민족주의자인 모디가 이슬람교, 시크교 등과의 종교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는 주지사 시절인 2002년 초 주 내에서 발생한 힌두교 신도와 이슬람교도(무슬림) 간 유혈충돌 때 힌두교 신도 편에 서서 사태를 방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도에서 이슬람교도는 13%가량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